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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Sep 13. 2023

끝은 또 다른 시작

한참을 망설였다. 벌써 끝이라니.

그로로팟 시즌 1 미션 이벤트가 종료된다는 문자에 마음이 요동쳤다. 마지막 글을 쓰는 순간, 정말로 끝이 돼버릴 것만 같아서 글쓰기를 미뤄왔다. 첫사랑과 이별하는 느낌이랄까. 하고픈 말은 많은데 하지 못한 말이 수만 가지 쌓여있다.  


매번 식물을 죽이기만 하던 사람이 씨앗부터 키워 꽃이 폈다. 식물 똥손이라며 노하우 따윈 없다고 자책하던 마음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로로팟은 식물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관심을 가지고 서로를 살피는 마음을 배웠다. 물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햇빛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또 너무 과하지는 않은지를 매일 살피고 또 살폈다. 공감 능력이 굉장히 부족한 사람에게 공감이라는 언어를 배우는 좋은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기다림의 시간을 알아가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빨리빨리 해치워야 하는 급한 성격의 소유자에게 기다림이란 마냥 어려운 길이다. 씨앗을 심고 며칠, 떡잎이 나오고 본잎이 나오기까지 또 며칠, 꽃이 필 때까지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 초록별로 가버린 친구를 볼 때면 마음이 아려 잠을 설쳤다. 기다림이 모든 것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기다린 시간이 보람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인생의 의미를 새기게 됐다.  


그로로 시즌 1은 끝이 나지만, 용기를 더 내어 그로로 시즌 2도 이어서 하게 됐다. 시즌 1의 나머지 공부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나는 아직 목마르다. 좀 더 식물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멜람포디움의 노란 꽃을 피웠으니 이번에는 보라색 라벤더 꽃에게 다가가 본다.


언젠가 식물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켜켜이 쌓이면 화단에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 꽃밭으로 물들이고 싶다.    



드래곤과 새싹이



밖에서 혼자 씩씩하게 꽃 피운 태극이1




작지만 여전히 자라고 있는 태극이2



그로로팟 존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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