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호주에 잘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엄마는 안심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까지 숙제 때문에 끙끙대는 너를 보면서 엄마는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결국 숙제도 무사히 제출했다는 말에 한시름 놓았단다.
엄마는 너에게 마지막까지 뭔가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까웠거든.
그런데 오늘 너무나 좋은 말을 하나 찾아냈단다.
Que Sera Sera!(케 세라 세라!)
스페인 말 이래. 노래도 있더라. 노래는 유튜브에 찾아서 들어보렴. 노랫말이 딸의 질문에 엄마가 대답하는 형식이라, 딱 엄마가 해줬으면 싶은 말이었어.
내가 아직 어린 소녀였을 때, 엄마에게 물었죠.
"내가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요?"
"내가 미인이 될까요? 부자가 될까요?"
엄마는 이렇게 말했어요.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뭐가 돼도 잘 될 거야.
미래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모든 게 잘 될 거야!"
스페인어로 ‘Que sera sera’ (케 세라 세라)는 '될 것은 되고야 만다' 뜻이란다.
흔히 '될 대로 돼라'는 말은 아무렇게나 포기하는 말로 알고 있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나니 걱정 말고 그대로 두어라'라는 낙천적인 뜻이라고 하는구나. 엄마가 좋아하는 작가 마이클 싱어의 책 제목 <될 일은 된다>를 연상하게 하는 말이야.
또 이탈리아어로는 '안달하지 말고 느긋하게 살아라'라는 뜻도 있다는데.
그런데, 이 노래 '케 세라 세라'를 소개한 사람은 엄마의 고민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름다운 무관심'이란 이름으로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는구나. 소개해 볼게.
<아름다운 무관심>
그냥 내버려 두세요. 케 세라 세라! (Que sera sera)
때론 혼자 있게 그냥 두세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우리가 힘들어하는 것의 많은 부분은 관심이 지나쳐 간섭처럼 느끼기 때문입니다.
'홀로서기'라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Let it be!(렛 잇 비)!
참견 말고 내버려 두세요.
외로움도 때론 아름답고, 고통도 때론 아름답고, 눈물 또한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스스로 ‘깨닫는 힘’ 이 있습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어느 것이 좋은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그저 따스한 마음과 맑은 눈빛으로 먼발치에서 넌지시 지켜봐 주십시오.
'아름다운 무관심'은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주는 사랑스러운 배려입니다.
엄마도 진짜 그냥 내버려 두고 싶다. 아름다운 무관심으로. 엄마 역시 먼발치에서 넌지시 지켜보는 게 제일 좋거든. 네가 건강하기만 하다면, 엄마는 네가 무얼 하든 상관없단다.
다만 네가 질문을 던지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단다. 오늘 엄마가 읽은 책에서 이런 구절을 봤다.
"질문하는 삶을 살아라! 대답의 세상은 내가 끌려가는 세상이고, 질문의 세상은 내가 끌고 가는 세상이다!"
고명환이라는 개그맨이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라는 책에서 한 말이야. 이 사람은 사업 실패와 교통사고 같은 인생의 풍파를 책을 읽으며 헤쳐 나간 사람이라는구나.
이 사람이 하는 말이, "책은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하는 든든한 무기"래. "질문은 던지지 않고, 대답만 하는 삶을 살다 보면 반쪽짜리 세상에 갇혀 버린다"는구나.
시간을 내서 책을 읽다 보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거지.
엄마도 동의한단다.
너는 이번에 꽤 여러 번 "엄마는 스마트해!"라는 말로 나를 기분 좋게 해 줬다. 엄마도 사실 그렇게 스마트한 사람이 아니었다. 늘 흔들리고 부족한 사람이지.
그런데 엄마가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엄마도 책을 읽으며 단단해지고 있는 중이거든. 엄마가 너에게 해준 대부분의 말들이 사실은 책에서 찾아낸 말들이고.
너는 어릴 때 꽤나 책을 많이 읽는 아이였는데. 대학에 들어간 요즘은 학과 공부에 치여서 그런지 오히려 책을 읽는 것 같지 않더라. 틈틈이 책을 읽어서 질문도 던지고 마음의 중심을 잡으면 어떨까 싶어.
엄마는 네가 스스로 책을 읽고 인생의 지혜를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늘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아가는 비결은 마음에 추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거든. 흔들거리면서 중심을 잡아가는 추 말이다. 마치 타이완 101 빌딩의 균형을 잡아주는 댐퍼처럼.
그 마음의 추를 만드는 작업이 인생 경험과 책을 통해 가능하다고 엄마는 믿고 있다. 책 천권을 읽은 어떤 분은 "읽고 쓰면 아무도 못 당한다"는 말도 하더라. 그러니 제발 책 좀 읽어라. 인생 질문도 던지면서 말이다.
네가 지금부터 하루 단 한 문장씩이라도 읽고 쓰는 생활을 한다면 1년 후 또는 10년 후, 얼마나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까?
생각만 해도 흐뭇한걸!
네가 원한다면, 엄마가 다음에 네가 읽을만한 책 좀 추천해 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인다.
2024년 7월 30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