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퇴사가 알려지면 사람들의 걱정과 격려가 이어진다. 아래 보기 중 퇴사자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3점)
①그냥 푹 쉬어요. 그동안 고생했어!
②어떡해. 빨리 다른 일자리 찾아봐야겠다.
③회사 다니면서 휴업도 하지 않았어? 오래 쉬었을 텐데 다음 계획이 뭐예요?
④**회사 괜찮던데 지원해봐요.
⑤시간 많은데 여행이라도 다녀와.
정답 및 해설)
①②③④⑤ 이다. 주로 퇴사를 결정하고 마무리하는 시기에 자주 듣는다. 퇴사자가 ‘퇴사 후 어떻게 지내면 좋을까요?’라고 묻지 않아도 사람들은 흔쾌히 다양한 정답을 제시해준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적은 있지만, 회사를 퇴사하는 건 처음이라 일어나는 모든 일이 새로웠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알려진 퇴사 소식에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외부 관계자 등 많은 사람이 걱정과 격려를 해주었다. 격려해 주는 사람들에게 위로 받았다. 걱정해 주는 사람들 앞에서는 그 사람 눈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렸다. 난 유례없는 관심을 받고 있다. 이건 셀럽의 삶이다.
넉넉히 걱정과 격려를 들었다. 사람들의 말에 쉽게 위로받고 쉽게 불편했다. 걱정도 격려도 피곤했다. 그 말들에 허우적대며 한동안 보냈다. 넘치게 듣다보니 내가 아닌 자신에게 하는 말이구나. 알았다. 나를 거울처럼 두고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이다.
드디어 회사에서 오늘만 살게된 나는 모니터에 어떤 것을 띄워도 눈치를 보지 않는 직원이 되었다. 나도 동료들 처럼 토익 신청해야 하나. 공무원 시험 풀어봐야 하나. 이력서 써야하나. 나는 여러모로 불안하고 조급한 나날을 보냈다. 그 마음을 외면할수록 커졌다. 이상하게도 ‘퇴사는 원래 불안하고 조급하지.’ 하는 순간 더 커지지 않았다. 음 난 이만큼 불안하군. 가만히 서서 그 불안함을 마주 해야 했다. 점심시간 대리님과 산책하고 영화관으로 가서 개인 물품을 정리했다.
나에게 걱정이나 격려를 해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 5일 직장을 다니는 일꾼이었다. 나는 세상에 나온 따끈따끈한 비 일꾼이었다. 그 관계는 대학 입시상담하는 선생님과 수능을 망친 학생 같았다.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 선생님의 말을 성심성의껏 들어야 하는 일이라고나 할까. 일로 여전히 자신을 증명할 수 사람은 일로 증명할 수 없게 된 나를 만났다. 그들은 나를 보며 안도했다. 으스대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얼버무렸다. 자주 보는 사람들에게는 얼버무리는 것 대신 말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내 걱정은 내가 할게.’ 이 말을 하는데 주저했고 용기가 필요했다. 뒤늦게 사람들은 나에게 ‘내가 괜한 걱정을 했네.’ 했다. 으스댈 필요도 얼버무릴 필요도 없었는데. 다 같이 바보같이 근면해서 생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