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건축 설계와 관련된 궁금증
-홈트리오 건축가 3인방이 전하는 집짓기 입문 필독서-
저자 : 이동혁, 임성재, 정다운
전원주택 의뢰가 들어오면 저희들은 이것부터 확인을 합니다.
'4미터 도로'
도로 없으면 맹지이니 최우선으로 도로가 안전하게 건축주님의 땅까지 잘 이어져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서울에 사는 분들은 이 고민이 없을 거예요. 서울은 이미 도로가 정비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골의 경우에는? 네, 현황도로가 그냥 포장되어 길처럼 사용되는 곳이 허다하게 있습니다.
문제는 내 눈앞에는 도로가 잘 깔려 있는데, 지적상에는 없는 도로로 나오니 문제인 거예요. 백날 현황도로 이야기하셔 봤자 의미 없어요. 허가 담당자는 지적상의 도로만 기준으로 보거든요.
특히 4미터 도로는 필수입니다. 도심 외 지역이라고 3미터 도로만 확보하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도심지역인지 도심 외 지역인지 확인하고 땅을 구매하면 그나마 괜찮지만, 스스로 판단하여 시골이니 도심 외 지역이다라고 자가판단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꼭 전문가에게 검토받은 뒤 땅 구매하세요.
현황도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갈게요. 현황도로의 경우 개인도로(사도) 일 경우가 큽니다. 특히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없는 땅들이 많습니다. 수십 년간 그냥 써 왔던 길이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 길이라 인식들 할 테지만 행정상으로는 절대 길이 아닙니다.
집 터로서의 제1 조건이 도로인 것은 이미 다들 알고 계시죠? 내 땅까지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없다면 다른 모든 조건이 만족해도 허가 안 납니다.
또한 도로의 지목이 정확히 '도'로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간혹 공용 지분을 가진 도로들이 있어요. 이 도로로 허가를 내려면 공용 지분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도로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4미터 도로만 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닌 포장이 꼭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간혹 개발이 안되어 흙길인 경우들이 있어요. 현재 한국에서 흙길 찾아보기 매우 어렵죠. 대부분 포장이 안 된 곳은 개인도로가 일부 속해서 포장을 못 하는 경우던가, 아니면 현황은 4미터인데 지적상으로는 3미터가 안 되는 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이 모든 도로의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집 지을 땅이 정해졌다면 최종 계약하기 전 지역의 구청에 들러 건축과 인허가 담당공무원에게 질의를 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많은 것을 안 물어보셔도 되세요. '어느 땅에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인허가 나는데 문제가 없느냐?' 정도를 물어보시면 그 땅에 걸려있는 문제들이나 챙겨가야 하는 사항들을 알려줍니다.
혹 그래도 애매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지역의 설계사무소나, 토목측량사무소에 들려서 소정의 자문비를 내고 컨설팅을 받으세요. 훨씬 명확하게 답을 내려줄 것입니다.
땅을 구매하거나 집을 지을 때 저희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매우 경계하라고 합니다. 많은 법규들을 다 챙겨서 해석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지역마다 토지 상황이 달라 동일한 조건으로 분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집을 짓기도 전에 뭐 이리 많은 내용들을 검토해야 하는지 불만을 토로하실 수도 있지만, 집 못지어서 스트레스받는 것보다는 나아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번 글에서 이야기드린 '도로' 문제. 꼭 챙겨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