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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나에게 불안은 너무 익숙해서 # 에필로그

by 퇴근후작가

《내일도 불안할 예정입니다만》

- 불안한 나를 고치지 않기로 한, 아주 개인적인 결정의 기록


Part 1. 나에게 불안은 너무 익숙해서


# 에필로그


나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해왔다.

약을 먹고, 걷고, 운동하고, 상담을 받고, 글을 쓰고, 나를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 모든 애씀의 순간들은 분명 나를 살려준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분명해졌다.

이토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라는 사실이.

어쩌면 ‘불안을 이겨내야 한다’는 그 다짐 자체가

예민한 나에겐 또 하나의 긴장이었는지도 모른다.

좋아지기 위해 멈추지 않고 애써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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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이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불안을 없애려 애쓰기보다는,

그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기로.


불안은 나를 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었고,

스스로를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하게 해 주었다.

나는 여전히 불안을 느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조용히 곁에 두기로 한다.


불안은 더 이상,

내가 견뎌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내가 함께 살아가야 할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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