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퇴근후작가 Nov 03. 2022

이렇게 무서운 스트레스-70시간 동안의 불면

이렇게 무서운 스트레스. 아프고 힘들었던 날들의 기록-첫번째 이야기  

이제야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이 글들은 지난 일년 간의 힘들었던 날들의 기록이다.


작년 여름이었다.      

특별한 원인 없이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했다.


어지럼증, 이명, 근육통, 소화불량, 부정출혈...


그러던 중 갑자기 밤에 잠을 단 1분도 잘 수 없게 되었다.

      

보통 ‘잠을 못 잤다’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잠을 좀 설치고, 잠이 안 와 몇 시간밖에 못 잤다거나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몸은 굉장히 피곤한데 머릿속은 커피를 100잔 마신 것처럼 각성되어 있었다. 더욱 이상한 건 그렇게 밤을 꼴딱 새우고 출근을 했는데도 낮 시간조차 단 1분도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몸은 피곤해서 죽을 지경인데 잠에 들 수 없다니...

전에 어디선가 본 글 중에 인간의 고문 중 가장 최악의 고문이 잠을 안재우는 것이라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잠을 못 자니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 3일을 보내고 70시간 넘게 깨어있다 보니 몸의 기능들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위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춘 듯이 물조차 마실 수가 없었고 등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며 앉아 있을 수조차 없었다. 누워있는 것도 불편하고 힘이 들었다. 또 일상 소리들이 굉장히 날카롭게 느껴지며 모든 소리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하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던 나는 수면제라도 처방받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고 뇌파 검사를 포함한 여러 가지 검사 후에 자율신경의 균형이 완전히 깨져버렸다는 결과를 들었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고 심장박동, 땀 조절 등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생명과 항상성을 유지하는 장부 조직을 조절하는 신경을 뜻한다.      


교감신경이 주로 하는 일은 우리 몸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할 수 있도록 심박을 증가시키고 소화액을 분비하고 기관지 확장이나 동공확대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몸속의 기관들이 움직이는 것을 이완시키고 수면에 밀접한 관여를 하는 곳으로 신체 안정, 에너지 소비 절약 등을 돕는다.     


그런데 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완전히 깨져 하루 종일 교감신경만이 항진되어 모든 감각 신경들이 예민해져 밤이 되어도 잠이 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날 나는 수면제를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출근도 해야 하고 일상생활도 해야 했기에 어떻게든 잠을 자야 했다. 하지만 수면제를 먹어도 잠자리가 편하지는 않았다. 또한 약을 먹고 나면 다음날 하루 종일 머리가 멍한 브레인 포그 상태로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그렇게 두세 달을 보내고 나니 자연스레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따라왔다. 그리고 먹는 약의 개수가 점점 늘어났다.

      

너무 힘든 날들이었다. 차라리 아픈 원인이 명확해 수술을 하거나 치료약을 먹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원인도 치료방법도 모른 채 수면제에만 의존해야 했던 날들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