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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후작가 Dec 09. 2022

대학생들의 문해력이 문제입니다만...

사립대학 민원부서 근무자의 하소연 

나는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교무처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무처는 한마디로 말해 대학 내에서 가장 민원이 많은 곳이다.


관할하는 업무 범위가 수강신청부터 졸업사정까지 

즉, 학생 개개인의 입학에서부터 졸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관여하다 보니  

사무실에 전화벨 소리가 울리지 않는 때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끊이지 않는 전화라도 꼭 필요한 민원이면 차라리 다행이다.


학교 홈페이지 공자 사항에 올라가 있는 문구들을 제대로 읽지 않고

무조건 전화부터 해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달라는 민원이 상당히 많다.


하다못해, 서류 제출을 해야 하는 장소가 115호인데

일단 전화해서 115호면 몇 층에 위치한 사무실인지 물어보기도 한다. 

보통 이런 학생의 경우, 여러 번 전화를 더 할 가능성이 크다.  


이건 약과에 불과하다. 


본인이 무슨 질문을 해야 하는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일단 전화부터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무엇을 물어볼지 모르는데 통화가 되었으니 나도 당황스럽고, 학생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대학생들의 문해력 부족 때문이다. 


지금의 20대들은 어려서부터 영상 콘텐츠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이용하는데 익숙해서인지

텍스트 문해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몇몇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문장이 3줄 이상으로 넘어가면 거부감부터 든다고 한다. 

(물론, 학교의 공지사항들은 당연하게도 3줄은 넘는다) 


대학 수업 역시, 교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PPT(파워포인트)로 교안이 진행되다 보니

수업에서 긴 글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또한 교수자와의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하는 수업보다는 조를 구성해 팀 프로젝트로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으니 어휘력 빈곤, 문해력 수준의 하락 등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민원전화를 줄여보고자 공지사항에 올라가는 글을 최대한 자세히,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세히 써보았지만 민원전화는 전혀 줄지 않았다.

이 역시 내용이 길어서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독서가 취미인 나 역시도 요즘에 어려운 책은 기피하고 있으니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민원전화에 소진되는 나의 에너지가 다른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학생들의 의미 없는 민원전화는 좀 줄기를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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