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긴 싸움, CCTV가 밝힌 진실
모든 사건은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각색되었고, 이를 위하여 내용 중에 허구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어느 평범한 여름날, 당시 여덟 살이던 민지(가명)는 친구와 함께 동네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친구가 뜨거운 컵라면을 구입했고, 편의점 주인 박씨(가명)는 뜨거운 물을 부어 이를 건네주려던 순간, 그만 손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펄펄 끓는 국물이 민지의 얼굴과 목, 어깨, 팔, 몸통 등 광범위한 부위에 쏟아지며, 평화롭던 일상은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했습니다. 민지는 2도 화상이라는 심각한 진단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민지를 대리하여 편의점 주인 박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한 지방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민지가 입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와 앞으로 받아야 할 치료, 그리고 패션모델을 꿈꿨던 어린 아이의 좌절된 꿈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피고 박씨 측은 책임을 쉽게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민지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자신과 부딪히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민지에게도 40% 이상의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저희가 청구한 비타민 및 피부 관리용품 구입 비용, 민지 어머니의 입원 기간 간병에 대한 개호비 등은 불필요하다고 다투었고, 위자료 역시 소액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심지어 민지 가족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들어, 소송을 빌미로 한국 체류 기간을 연장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펼쳤습니다.
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지리한 공방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편의점 내부에 설치된 CCTV 영상이었습니다. 저희는 이 CCTV 영상을 확보하여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영상 속에서 민지는 사고 당시 의자에 앉아 있었으며, 피고 박씨는 뜨거운 컵라면 용기를 내열 장갑이나 쟁반도 없이 맨손으로 옮기려다 갑자기 아래로 놓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이는 민지가 갑자기 일어났다는 피고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강력한 증거였습니다. 저희는 이 CCTV 분석 결과를 통해 피고의 명백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강조하며 재판부를 설득해 나갔습니다.
민지는 이 사고로 얼굴을 비롯한 여러 부위에 영구적인 흉터를 안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창 외모에 민감할 나이의 어린 여자아이에게 얼굴 흉터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깊은 마음의 상처로 남았습니다. 민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고, 한때 패션모델을 꿈꾸며 패션쇼 무대에 서기도 했지만, 그 꿈마저 접어야 했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신체감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감정의는 사고로 인한 화상과 영구적인 흉터 발생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향후 치료비 예상액에 있어서는 저희가 당초 예상했던 상당한 금액보다 현저히 낮은, 기대보다 낮은 금액을 산정했습니다. 이는 소송에서 저희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법원 감정의의 의견이 주로 기능적 회복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성장기 아동에게 중요한 미용적 측면과 지속적인 피부과 및 정신과 치료의 필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민지가 사고 이후 햇볕에 노출될 때마다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일광피부염' 진단을 받은 사실, 그리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민지 어머니의 헌신적인 간호는 눈물겨웠습니다. 입원 기간 내내 어린 딸 곁을 지키며 고통을 함께 나누었고, 그 모든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두셨습니다. 저희는 이 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하며, 단순한 간호를 넘어선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민지가 겪어야 했던 고통의 깊이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피고 측은 간호사의 간호 외에 별도의 개호는 불필요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진 속 어린 민지의 고통스러운 모습은 그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5년이 훌쩍 지난 2024년 9월, 마침내 해당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피고 박씨가 원고 민지에게 일정 금액의 의미 있는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저희가 청구했던 전체 금액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길고 긴 싸움 끝에 얻어낸 소중한 결과였습니다.
다행히 피고 박씨 측도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수용함으로써, 5년 넘게 이어져 온 이 사건은 마침내 종결될 수 있었습니다.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사고 당시의 진실을 규명하고, 신체감정 결과의 미흡한 부분을 끈질기게 파고들며 민지가 입은 피해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 어린아이에게 가해진 끔찍한 사고와 그로 인한 깊은 상처,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비록 신체감정 결과가 다소 불리하게 나오기도 했지만, CCTV라는 객관적 증거와 저희의 끈질긴 주장,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민지의 고통에 공감해 주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이 있었기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어린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변호사의 사명을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