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우비 Jun 20. 2024

호박바지와 나나미카 폴로셔츠

원래 나카메구로는 둘째 날 아침, 그러니까 토요일 아침에 오려고 했었다. 아침 일찍 여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오니기리 카페>의 주먹밥으로 아침식사를 하려 했다. 근처에 BTS의 RM이 사랑하는 브랜드 <비즈빔 visvim> 매장이 있어서 그곳을 구경하고, 점심은 RM이 먹었다는 <헨리스버거>에서 먹고, 퀴어프라이드 축제가 열리는 요요기공원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금요일 오후, 도쿄매트로에 대한 무지가 우리를 나카메구로 전철역으로 인도하자, 그냥 근처 매장들을 둘러보며 다이칸야마까지 걸어가는 걸로 결정했다. 여행 중 이렇게 갑자기 일정이 바뀌는 경우, 우린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새로운 일정을 금방 받아들이는 편이다. 여행이란 게 원래 그렇다. 발길 따라 흘러가도 새롭게 즐거운 것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사악한 가격으로도 유명해 어차피 갤러리처럼 구경만 하려던 <비즈빔> 매장은 다이칸야마 방향이 아니어서 포기하고, 메구로강 쪽으로 걸었다. 벚꽃 명소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미 벚꽃엔딩이 시작된지 한참이라 꽃잎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푸릇푸릇한 연두색 잎들이 터널처럼 강을 둘러싼 풍경은 도심 한복판인데도 여유가 흐르는 카페거리의 명성을 지켜주기에 충분했다.

골목에 접어들자마자 마주친 스위츠가게에서 900엔짜리(비싸!) 딸기산도를 하나 사서 나눠먹었다. 평상시에는 샌드위치를 즐겨 먹지 않는데, 일본에만 오면 꼭 '산도'가 먹고 싶어 진다. 여행의 흥분으로 호르몬이 바뀌는 걸까? 생맥주 잘 안 마시는데 일본 오면 끼니때마다 마시고 말이지.


이 이상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9918137


이전 12화 게이들은 옷에 관심이 많잖아, 의 그 게이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