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퀴어하게 여행하는 법 2
우리에게 해외여행은 그 나라의 문화를 즐기는 것이 절반, 옷쇼핑이 절반이다. 둘 다 '게이들은 옷에 관심이 많다'는 상투적인 표현에 나오는 그 '게이들'처럼 옷을 좋아한다.
둘 다 떡잎부터 달랐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종이 인형을 팔았다. 오스씨도 나도, 종이인형놀이를 아주 좋아했다. 조금 딱딱한 재질의 종이에 속옷만 입은 종이 인형을 비롯해 그 애가 입고 착용할 다양한 옷과 액세서리가 그려져 있었다. 가위나 칼로 그것들을 잘 잘라내고, 옷에 달려있는 작은 종이(그걸 뭐라고 불렀나 모르겠다. 여기선 그냥 옷걸이라 부르자)를 꺾어서 인형의 몸에 입혀주는 방식이었다. 몇 번 가지고 놀다 보면 옷걸이가 너덜너덜해져서 찢어지곤 했는데, 그러면 그 옷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다른 종이로 옷걸이를 만들어 붙여도 착 달라붙는 맛, 즉 착용감이 시원치 않아서 결국은 옷을 버리게 된다.
"너무 아깝더라고. 그래서 도화지에 그 옷을 똑같이 그려서 색칠을 하는 거지. 그걸 오려서 다시 입히는 거야."
처음엔 남의 디자인을 베껴서 옷을 만들다가 점차 익숙해지면 나만의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기도 했다.
만약 어머니가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어머니처럼 센스가 있었다면, 떡잎을 알아보고 재봉틀 사용법을 알려줬을 텐데, "남자애가 이런 거 가지고 놀면 꼬추 떨어져!"하고 손을 떼찌할 뿐이었다.
"우리 집도 그랬어."
'베르사유의 장미'의 주인공 오스칼을 지금도 제법 비슷하게 그려낼 줄 아는 오스씨의 맞장구였다.
인형 놀이는 여자애만 하는 거라는 편견에 나와 오스씨의 창의력은 억눌리고, 패션 창작자의 봉우리는 피지 못한채 소비자로서만 자라게 되었다. 어쨌든 어릴 때의 인형 놀이 경험이 또래 남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옷에 접근하는 이유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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