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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ug 10. 2022

주간일기를 쓰면서 느낀 점 3가지

-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


   최근 한 달 동안 주간일기 챌린지를 하였다.

(하단 링크 참고)


   하루에 딱 3가지 키워드씩, 근사한 일상과 사소한 일상이라는 일상의 서열을 나누지 않고,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일상 속 사건 3가지를 선정해 글과 사진으로 짧게나마 기록했다.


   챌린지라는 말에 담긴 느낌이 그렇듯, 매일의 일상을 쓰는 건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소재를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돈이 되지도 않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그냥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판단 미스였다. 가벼운 일상부터 무거운 일상까지, 생각보다 내가 삶에서 뽑아내 글로 입힐 수 있는 소재는 다양했다. 그저 내가 일상의 속도를 멈추지 못하고 관찰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관건은 어떤 소재를 뽑아내 힘을 주느냐, 그 소재에 담긴 나만의 생각을 어떻게 펼쳐내느냐였다.


   이렇게 한 달 동안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4번의 주간일기를 썼다. 이 과정에서 나는 3가지의 인사이트를 발견했고, 그것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한다.




ㅣ1. 삶이 정리 정돈된다.


   하루는 찰나다. 일주일은 순식간이며, 한 달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그리고 일 년은 벌써라고 생각할 때 이미 지나가 있다. 이처럼, 삶은 무섭도록 빠르게 지나가며, 휩쓸리다 못해 정처 없이 마구 떠내려간다.


   삶이 이토록 빠르게 지나가는 이유는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리듬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시간은 대부분 분산화되어 있고, 원자화되어 있다. 어제의 시간과 오늘의 시간은 단절되어 있으며, 각각의 시간들은 삶의 서사 속에서 연결을 잃은 채 표류한다.


   이러한 시간들은 마치 '점'과 같다. 점은 지속성이 없다. 점은 일회성으로 소모되고 휘발된다. 때문에 끊임없이 다음 점을 요청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청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점이 의미가 있으려면 선이 되어야 한다. 즉, '지속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지속성은 리듬으로부터 나온다. 리듬은 시간에 질서를 부여한다. 리듬이 없는 시간은 방향 없이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시간에 리듬이 부여되면 질서가 생기고, 어지럽혀 있던 점의 시간들이 정리 정돈된다.


   이것이 바로 (주간)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다. 하루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은 시간에 리듬을 부여하고 질서를 형성한다. 이러한 시간들이 포진해 있는 삶은 정리 정돈이 되어 있으므로, 삶의 서사 속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늘 가지런히 놓여 있다.




ㅣ2. 삶에 향기가 생긴다.


   기차를 타고 바라보는 차창 밖의 풍경은 무수하다. 쉴 새 없이 변하고 가지각색의 형상들이 연출된다. 때문에 새롭고 다양한 풍경들을 빠르게 인식하고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차창 너머로 바라보는 풍경들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향기'다.


   한 주를 살다 보면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는 채 지나가버릴 때가 많다. 내가 보낸 시간들이 마치 기차 밖의 풍경처럼 순간적인 인식 후에 사라져버릴 때가 많다. 그런 시간, 그런 삶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향기'다.


   삶에 향기가 없는 이유는 머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의 시간 속에 침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보냈던 시간 속에 머물러 천천히 숙고해 보고, 순간을 재조명하고, 사건을 회고하는 '머무름의 작업'은 시간에 색깔을 입히고 향기를 부여한다. 머무름 속에는 사유의 흐름과 감정의 흔적 그리고 의지적 결단 같은 향기의 재료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일기를 쓰는 일은 머무름의 작업을 시행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기차 안에서 차창 밖에 있는 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기차에서 내려 꽃의 향기를 맡는 일이다. 삶의 향기는 머무름에서 나온다. 주간일기는 머무름의 작업을 일으킴으로써 삶에 향기를 자아낸다.




ㅣ 3.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일상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은 - (주간)일기를 쓰는 일은 - 결코 쉽지 않다. 아무리 삶이 정리 정돈이 되고, 향기가 난다 할지라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리고 적지 않은 정신적·물리적 에너지가 소모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 힘들지만 그 대상에 기꺼이 헌신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아닌가.


   오늘 나의 하루를 정성스레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 내어 기꺼이 글로 남기는 일은 내가 살아낸 그 하루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주간)일기를 쓴다는 것은 나의 한 주를 사랑한다는 선언이자 나의 삶을 사랑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표다.


   내가 나를 쓰는 만큼,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다. 내가 나의 삶을 쓰는 만큼, 내가 나의 삶을 사랑할 수 있다. (주간)일기를 씀으로써 나는 나의 삶을 이전보다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생각을 한 번 더 반추해 보고, 나의 감정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나의 행동을 한 번 더 점검함으로써, 나의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주간)일기는 휩쓸려 떠내려가는 나의 시간들을 정리 정돈하고, 각각의 시간들에 향기를 부여함으로써, 내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꼭 (주간)일기가 아니더라도, 나 자신의 삶에 대해 글을 쓰는 모든 행위가 그러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삶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늘 분주한 마음을 가지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주간)일기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휩쓸려 떠내려가는 삶의 시간들 속에 천천히 머물러, 숨겨져 있었던 나 자신과 대화하는 작업을 가진다면, 아마 자신의 삶을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더 나아가 인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다.




- 7월 1주 차 일상 (220704~220710)

https://blog.naver.com/psalms145/222809115025


- 7월 2주 차 일상 (220711~220717)

https://blog.naver.com/psalms145/222817822179


- 7월 3주 차 일상 (220718 ~ 220724)

https://blog.naver.com/psalms145/222830210283


- 7월 4주 차 일상 (220725 ~ 220731)

https://blog.naver.com/psalms145/222838909042


※ 참고문헌: <시간의 향기>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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