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인생을 위하여

by 파란동화





오후 5시 50분.

평소처럼 퇴근준비를 하는데 가게문이 열렸다. 습관적으로 "어서오세요~" 인사를 하는데, 문 앞에 서서 배시시 웃고 있는 사람은 손님이 아닌 나의 남편이었다. 5시에 퇴근해서 집으로 간다더니, 집이 아닌 나의 가게로 온 것이다.




남편은 업무능력향상을 위해서, 그리고 나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위해서, 둘 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 남편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본 것이 언제인가 싶다. 우리는 함께 살면서도 만지기 힘든 서로의 손을 잡고 30분 거리의 집까지 함께 걸었다.




남편은 그간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나는 아이들의 귀여운 성장을 얘기하고, 곧 있을 시엄마의 생일에 어떤 이벤트를 벌일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남편과 함께 하는 대화는 편했고 그래서 달콤했다.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 이 길이 조금 더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이제 우리 부부에겐 연애초나 신혼초의 설렘은 없다. 하지만 설렘이 빠져나갔음에도 남편과 함께 하는 일상들은 여전히 편하고 더욱 편해졌다.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이런 '편안함'을 원했던 것 같다. 한 평생 이 하나만을 찾아 헤맸던 것 같다. 내가 습관적으로 중얼거리는 긍정확언 중에도 이런 것이 있을 정도다.





나의 삶은 쉽고 편하다
나는 사는 것이 편안하다






나의 성장기는 언제나 어렵고 불편하기만 했다. 세상 모든 것이 어려웠고 아무리 살아도 사는 것에 익숙해지기는 커녕 점점 더 불편하고 불안한 인생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쉽고 편한 것을 원했다. 편한 일, 편한 직장, 편한 사람, 편한 연애. 이렇듯 편한 것만 찾다보니 스펙이나 경력이 쌓일 리 만무했다. 이렇듯 편한 것만 찾았는데도 나를 거쳐간 연애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작년에 우리가 사기를 당한 것도, 생각해보면 쉽고 편한 것만 찾았던 허영의 결과였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미우면서도 남편만 원망하고 있을 수 없었다. 사고를 친 것은 남편이었지만 그 옆에서 한껏 허황된 꿈에 부풀어 있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남편을 구태여 말리지 않았으니까. 노력 없이도 얻을 수 있는 달콤한 열매가 있다고 믿었으니까.




이제는 안다. 노력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남들의 노력을 가로지르는 요행이란 모래 위에 지어진 집보다 더욱 빨리 무너져버린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쉽고 편한 삶을 원한다. 이것 하나만은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다. 포기가 안 된다.




세상 어디든 편하게 돌아다니고 싶어서 영어공부를 한다. 쉽고 편하게 글을 쓰고 싶어서 쉴 틈 없이 배우고 익히고 습작한다. 그리고 숨 쉬는 것처럼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 능력을 쌓아가는 중이다. 이 모든 것을 습관적으로 하면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어릴때는 몰랐다. 재미를 찾아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불편하지도 않다는 것 또한 몰랐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쉽고 편하게 해결하고 싶은 것은 인간관계다. 어렵고 복잡하고 불편한 관계는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그래서 왠만하면 참는다. 어릴때는 기를 쓰고 이기려 들었다. 참고 넘어가는 것이 지는 것만 같아서 사소한 것도 참으려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더욱 불편해지는 것은 나였다. 더욱 힘들어지는 것도 나였다.




지금은 꽤 많이 편해졌다. 몸도 마음도 편해져서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사람이 스트레스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태어나 처음 알았다. 나는 앞으로도 쉽고 편한 인생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이 쉽고 편해진다면 못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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