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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May 17. 2018

하쿠나 마타타! 아프리카 배낭여행 시작.

모두 잘될 거야,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하며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지금 당장 공항 밖으로 나가서 아프리카를 즐겨봐! 잃어버린 배낭은 잊어."








 30여 시간만에 도착한 아프리카 여행의 첫 도시,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우리 자매는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여행 배낭은 도착하지 않았다. 경유지인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배낭이 분실됐다. 앞으로 3개월여간 함께할 여행 배낭이 없어지다니. 가슴이 곤두박질치듯 뛰기 시작했다. 물론 첫 아프리카 여행이 설레어서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이었다.



"야야야야야야, 신한카드 비밀번호 5회 오류 문자 왔어. 어떻게 된 거야?"

 "언니, 우리 비자서류랑 여권 사본 다 없어졌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에서 미리 복사해온 나미비아 비자서류와 신용카드 복사본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혹시라도 우리 개인정보가 털릴까 봐 파일철을 해서 손에 꼭 쥐고 다녔는데도 말이다. 신용카드 정보가 새나 갔으니 곧바로 도용해서 쓰려는 시도가 있었나 보다. 더욱더 초조해졌다. 





 ▲(위) 신나게 인천공항 출발, (아래) 침울한 케이프타운 공항에서의 모습









 우리는 먼저 사우스아프리카 항공 짐 분실센터로 향했다. 케이프타운 공항 안에서 벌벌 떨고 있는 우리와 달리 항공사 직원들은 태평하다. 빨간색과 녹색 큰 배낭을 잃어버렸다고, 오늘 꼭 찾아야만 한다고 거듭 말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우리는 1시간여 동안 공항 구석 바닥에 축 쳐진 상태로 앉아 있었다. 배낭을 찾지 못한다면 무엇을 먼저 살지 나름 엄청 진지한 회의가 이어졌다. 



"샴푸랑 폼 클렌징 먼저 사야 되지 않을까? 속옷도 사야 되고"

"배낭에 카메라랑 노트북 충전기 들어있는데..  여기 캐논이랑 LG서비스센터는 있나?"


그때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항공사 직원 흑인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와서 큰소리로 말했다.


 "너네 오늘 짐을 찾던 못 찾던 우선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봐. 케이프타운은 정말 멋진 곳이야. 밖으로 나가서 테이블마운틴에 오르고 해변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어봐"


"하지만 우리는 배낭을 못 찾았는데..."


"하쿠나 마타타! 다 잘되겠지. 배낭이 없다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거야? 아프리카에 도착했으니 우선 아프리카를 즐겨봐. 우선 공항 밖으로 나가! 나가라니까! 정말 멋진 곳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케이프타운의 상징 테이블 마운틴, 수평으로 뻗은 산 정상의 모습이 장관이다. 와인 1병 들고 정상에 올라 2~3시간 걷고 머무르며 경치관람을 하면 좋다.




 ▲케이프타운 곳곳에 테이블마운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조형물이 있다.











 그렇게 우리 자매는 등 떠밀리듯 맨몸으로 공항을 빠져나왔다. 버스표를 끊고 케이프타운 시내로 향했다. 어딜가지? 배낭을 분실했으니 앞으로 여행에 필요한 생필품을 사러 갈까? 아니야. 항공사 직원 아주머니가 우선은 아프리카를 즐기라고 했지! 사실 이날은 동생의 생일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케이프타운 워터프런트로 향했다. 잃어버린 배낭은 잊고 생일파티 하자!  



"생일 축하해 동생! 모히또에서 남아공 한잔!"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30여분쯤 달려 도착한 워터프런트. 유럽풍의 건물과 흥겨운 길거리 공연, 수많은 레스토랑이 자리 잡은 워터프런트는 우리가 생각한 아프리카의 모습이 아니었다.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해산물 튀김과 술을 시켰다. 레스토랑에 앉아 맥주 한잔씩 하고 있는 젊은 연인이나 노인들 모두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도 언제 배낭을 잃어버렸냐는 듯 지구 반대편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콧노래를 불렀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 가락을 막 흥얼거렸다. 배를 채우고 해변 가를 걸어 다녔다. 길거리의 흑인들과 따가운 햇볕,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의 테이블마운틴까지. 평소에 유행하는 노래 한 소 절도 안 따라 부르던 우리 자매가 이렇게 들썩이는 걸 보니 정말 아프리카에 도착했구나! 실감이 났다.     






 



▲ 워터 프런트. 해변가를 산책하다가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앉아 동생 생일파티!








 마음의 여유를 배웠다. 물론 낯선 곳에 도착과 동시에 배낭을 분실했다면, 당연히 초조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는 항공사 직원 아주머니 덕분에 ‘걱정’보다는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아주머니의 우렁찬 목소리 ‘하쿠나 마타타’가 없었다면, 아마 우린 몇 시간 동안이나 공항에 쭈그리고 앉아 울었을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여행 시작부터 마음의 여유를 배워서였을까. 동생과 동남아, 남미 여행할 때와 분위기가 달랐다. 우리는 항상 여행 계획표를 가지고 다녔고, 계획이 흐트러지면 실패한 여행 인양 자책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고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마음 한편에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계획하지 않은 일에 부딪쳤을 때, 두려움에 떨고 자책하기보다는 더 좋은 차선책을 선택하고 논의하며 여행했다. 여행 내내 우리 자매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마도 서로에게 “하쿠나 마타타!(근심, 걱정 모두 떨쳐버려)” 였을 거다.   


   

아! 잃어버린 배낭은 9시간여 만에 무사히 되찾을 수 있었다.  



▲ 8~9시간만에 배낭을 되찾고 신난 동생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상징, 시내에 위치한 산으로 정상이 테이블처럼 평평하다. 케이블카를 오르는 방법과 트래킹으로 걸어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통유리로 되어 있는 케이블카는 360도를 회전하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트래킹으로 올라가면 각종 멸종위기의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끝에서 끝까지 약 3.2km 정도의 길이로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 케이프타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천천히 걷는 재미가 있다. 산 아래에서 테이블마운틴을 올려다보면 가끔 구름이 산을 뒤덮고 있는 장관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구름이 많이 낀 날 정상에 올라가면 시내 전경을 볼 수 없으므로 꼭 날씨 좋은 날 가는 걸 추천한다. 


tip. 국제학생증 제시하면 케이블카 할인 가능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에세이 <아!FREE!카!>가 출간 됐습니다.

하단의 YES24 링크타고 들어가면 자세한 내용 보실 수 있어요!^^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406581?Acod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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