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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Mar 09. 2017

#4. 시작과 시작

늘 연재 중인 장편소설 같은 만남을 그려보곤 해

펑펑 내리는 함박 눈은 참 예뻐  

그리 이쁜 눈이 내릴 때면 

신난 강아지 마냥 마구 뛰어다녔지.


그러다 눈이 멈추고 길이 꽁꽁 얼어버리면

넘어질까 조마조마하며 더딘 걸음으로 걸어갔지만

이따금씩 꽈당 넘어지고 부딪 멍이 들기도 했.


이내 곧 날이 풀리면

차가운 빙판길도 눈녹듯 사라지고 

푸르던 내 멍도 흔적없이 사라져  

다시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게 되었지.


마치 눈 같던 우리 만남 처럼 말야.



또 몇 계절을 지나 다시 새로운 눈이 소복한 길을 걷다 보면

이젠 그 멍들었던 겨울이 언제였는지도 희미해.


그런데 그 눈이 얼고 다시 녹아버리는 걸  

보고 있으면

맘 한켠이 왜..시려올까.


그건 아마

눈은 생겨난 그 순간부터 이미 사라질 순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늘 끝이 정해져 있는 시작이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아버렸기 때문인 것 같아.


이젠 이 오거나, 오지 않거나

끝없이 늘 주인을 위해 꼬릴 흔드는 강아지 마냥,

한 사람 만을 품는 그런 시작을 그릴거야.


아주 따뜻하거나 쌀쌀한 날에도

아주 화창하거나 비오는 날에도

어느 계절에나  함께 하는 그런 만남.


시작과 끝이 아닌

시작의 연속 같은 만남.


 



#녕?이라물었고

#넌안녕. 이라답했지

#그리고_한동안_멍들었던_시간들

#그렇게_기호하나_차이로_너와나는

#되돌겨울을_그리_보냈다

 



#길디길던_시간도__점_하나_

#서로가_서로에게_장편지_단편될지_결정나버리기_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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