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처방전 - 영국생활 19

GP 닥터와 산부인과 간호사

출산일이 임박했다.
하지만 배 속의 아기는 아직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듯했다.


아기가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나기도, 늦게 태어나기도 한다지만
막상 그날이 가까워지면 마음은 조급해지고, 사소한 것도 걱정이 된다.


출산일이 다가와서 GP(General Practice) 닥터를 자주 찾아가게 되었다.


이사한 집에서 걸어서 4분,
Weston Surgery라는 작은 병원이 있다.

종합병원으로 가기 전, 생활 속 모든 진료를 받는 곳이다.

이곳이 이제 내가 담당의를 만나는 첫 번째 병원이 되었다.


임신 초기에는 두 달에 한 번, 그다음엔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았다.

예정일이 가까워질수록 일주일 단위로 방문 횟수가 잦아졌다.

사실 병원에서 큰 진료를 해주는 건 아니었다.

그냥 의사를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가 전부다.


의사는 만날 때마다 식사는 거르지 않았는지,

갑자기 아픈 데는 없는지 꼼꼼히 물었다.

예정일을 지나 불안해진 나를 보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아기를 재촉할 방법이 있긴 하죠.”

그 말에 남편과 나는 잠시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신호를 주는 듯한, 조금은 이상한 처방이었다.


며칠 뒤, 의사는 산파 간호사를 만나보면 좋겠다고 했다.
의사의 예약으로 나는 RUH 병원을 찾았다.


조용한 진료실에서 간호사는 내 배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아기의 움직임을 살폈다.


잠시 후,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아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아기가 나올 것 같아요.”
“그리고... 아기를 조금 더 자극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요.”


그녀는 말을 맺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눈웃음만 남긴 채 조용히 자리를 떴다.


아기가 움직인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고,
곧 태어날 거라는 말에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마지막에 남은 그 ‘이상한 처방’ 같은 여운이
또 묘하게 오래 남았다.


길고 조심스러웠던 기다림이

이제 정말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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