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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인생교육] 육아에 갑과 을이 있을까?

말 한마디로 천냥 육아 너머 가치생 살기

by 소소호호

“선생님, 어머니가 이렇게 키우면 안 된다고 자꾸 관여를 하세요.”

“선생님, 친정 엄마가 봐주시는데 차라리 시터 선생님을 구하고 싶어요.”

“선생님, 시터 선생님이 오히려 제 아이의 엄마 같아요. 아이를 맡기니까 어쩔 수 없나요?”


아이를 위한 상담시간은 가끔 부부의 상담시간이 되기도 하고, 고부 간의 상담시간이 되기도 하고, 학원 선생님과의 갈등을 터놓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발달심리학자인 브론펜부르너(Bronfenbrenner)는 아이의 발달은 유아의 부모, 형제, 가족, 친척, 교사의 영향을 받으며 더 나아가서는 학교, 유치원, 마트, 도서관, 지역사회와 대중매체 등 사회 전반과 관련되어 있다고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교사, 조부모, 시터,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른 것이 당연한 만큼이나 그들의 육아는 모두 다양하다. 나의 아이를 돌봐주는 일을 계약서로 옮긴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갑과 을은 각각 누가 될 것인가. 나의 아이를 돌봐준다고 하여 나는 ‘을’이 되는 것일까? 나의 아이를 낳고 기른 부모니 나는 ‘갑’이 되는 것일까?


아프리카의 사람들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마을의 육아에 나는 동의한다. 한 아이를 돌보는 것은 갑을의 계약관계가 아니라 브론펜부르너의 체계 속에서 일어나는 협력의 일이다. 실제로 사회적 지지는 부모의 양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것은 곧 아이에게 빛으로 나타나니 결국 모두가 아이를 위한 체계 속 역할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아이가 그렇게 자라고 있으며, 우리가 그렇게 자랐으며, 더 위로 올라가 인간은 그렇게 성장했을 것이다.


물론 엄마를 중심으로 다 맞아가는 육아는 가장 이상적이다. 일관된 육아는 아이에게 루틴을 제공한다. 혼돈스럽지 않은 일상이 되어갈 때, 그 육아는 맞아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조부모의 집에서 아이를 훈육할 만한 상황이 온다면, 그 시간은 아이의 부모에게 내주어야 한다. 학원 선생님과의 교육관이 달라서 아이와 부모 모두 힘들만 한 상황이라면 학원을 바꿔볼 수도 있다. 시터 선생님을 모실 때에는 부모의 양육관을 미리 이야기해주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상적인 것이 현실에서 다 이루어질 수 있으랴. 가끔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틀어주는 무한반복의 미디어 시청도 눈감아 보고, 학원에서 열리는 달콤한 간식파티도 허용해준다. 어른들도 스스로에게 치팅데이를 주는데, 아이들도 치팅데이 한번으로 모든 것이 흔들리고 무너지지 않는다. 물론 치팅데이는 말 그대로 치팅이 되어야 한다. 중심이 있다는 것이다. 시터를 만나는 날, 태권도 학원을 갔다 온 날, 할머니 할아버지 댁을 갔다온 다음날 아이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면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은 당연히 부모에게 달려있다.


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 브론펜부르너(Bronfenbrenner)의 거대한 사회적 체계들이 나의 노력에 다 맞춰주지는 않을 테니까. 그 가운데서 나의 육아가 엉키고 흔들리고 힘들다면, 부모인 나의 한마디면 된다. “결국, 내가 하는 거야.”


첫 아이를 낳고 나는 초보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봐주시던 시터 이모님이 아이의 수유를 도와주셨다. 뱃고래가 작은 아이는 조금만 많이 먹어도 게워내고 사례가 들려 힘들어했는데 이모님은 그래도 20분을 충분히 먹어야 아이가 잠을 푹 자고 인내심이 많은 아이가 된다고 하셨다. 이모님 말씀을 들었다. 시터 경력으로 보면 지금 처음 신생아를 키우는 나보다 훨씬 베테랑 아니신가? 그러나 아이는 많이 먹고 잠을 자꾸 깼다. 속이 좋지 않아 게워내느라 잠을 푹 자지 못했다. 아무 말도 못하는 신생아지만 아기가 눈빛으로 나에게 힘들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모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아이와 맞춰가며 해볼게요.” 아이가 먹고 싶은 만큼 먹고 나면 스스로 젖을 입에서 떼었다. 그리고 재우면 이전보다 더 푹 자고 일어났다. 게워내는 일도 줄었다. 물론 이모님 말씀처럼 나의 수유 횟수는 그만큼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의 잠의 질과 인내심은 나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하는 거니까.” 물론 가끔은 마음 속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참지 못하면 밖으로 꺼내 봐도 좋다. 후련하다면 좋은 육아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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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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