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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 Oct 11. 2020

어, 왜 운동장이 비어 있지?

안녕 애들아!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네요. 사실 여러분이 월요일 아침인데도 기운이 없어 보이는 이유를 어제 조금 알게 되었어요. 샘처럼 직장인 월요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어제 일요일 11시쯤 늦은 아침을 먹으러 상업지구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학생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타는 것을 보고 순간 당황했어요. 자주 가는 식당이었지만 이 빌딩에 이렇게 학원이 많은지 처음 알았네요. 샘은 이제 직장인이라 주말에는 정말 쉬는 데만 집중하는데, 많은 학생들은 일요일 일찍부터 학원을 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네요. 월요일 아침부터 왜 이렇게 기운이 없냐고 핀잔을 줬던 게 머쓱해지더라고요. 오히려 지각도 안 하고 1교시부터 잠을 깨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고마워 보였어요.      


오늘은 ‘왜 운동장이 비어 있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해요. 샘이 처음 부임하고 점심시간 운동장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에요. 점심시간인데도 넓은 운동장에 축구를 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거예요. 어쩌다가 한 팀 정도가 경기를 하는 정도였는데, 샘의 예상과 달라 의아했죠. 왜냐하면 샘 학창 시절에는 점심시간에 운동장이 항상 학생들로 바글거렸거든요. 한 운동장에 여러 팀이 한꺼번에 섞여 축구를 해 늘 아수라장이었죠. 그때는 지금처럼 멋진 인조 잔디 운동장이 아닌 모래 운동장이어서, 점심시간이면 운동장이 뿌연 흙먼지로 항상 뒤덮였었죠. 너무 팀이 많을 때면 학년별로 시간을 나누기도 했는데, 그래도 혼전 그 자체였어요. 운동장 옆 농구 코드도 서로 엉켜기 일쑤였죠. 지금은 운동장도 이렇게 좋아졌는데 왜 아무도 축구를 안 하는지 이상하기만 했죠.        


처음 들었던 생각은 정말 요즘 어른들이 말하듯이 아이들이 운동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과거에 비해 점점 더 게을러지고 있구나 싶었죠. 하긴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게임하고 영상을 보느라 몸을 더 안 쓸 것 같아요. 운동보다 더 재밌는 놀거리가 널려있으니까요. 또한 과거에 비해 더 개인주의화돼 단체 경기인 축구도 점점 인기가 시들어진 것 같기도 했어요.     


사진 - Young샘


사실 이런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 수업 시간에 보면 땀을 열심히 식히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죠. 운동장에 사람이 없었는데 다들 뭐하고 왔냐고 물어보니 실내 체육관에서 놀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학교에 실내 체육관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샘 때와 달리 대부분의 학교에 구축되어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죠. 안의 상황이 궁금해 한 번 놀러 가 봤어요. 실내 농구장 정도의 큰 규모에 일단 놀랐어요. 매끈한 나무 바닥에 한 학년 정도는 수용할 정도의 스탠드도 있었죠. 각종 행사가 열리는 곳이었고, 여름에는 에어컨도 가동될 정도로 시설이 좋았어요. 대부분의 체육 수업이 이곳에서 진행된다고 하니 늘 햇볕 아래 힘들어했던 학창 시절과 비교돼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죠. 점심시간에도 학생들이 많이 있었고 각자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었어요. 체육관이 구역 별로 잘 나눠져 있었고, 각 구역에서 서로 다른 운동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맨 오른쪽에는 탁구대가 4개 정도 설치되어 있었고, 그 반대편 가장자리에서는 배드민턴 하는 학생들이 있었죠. 코트 중앙에서는 남녀가 함께 배구 경기를 하고 있었어요. 체육관 단상에서는 학생들이 줄넘기를 하고 있었죠. 물어보니 체육 실기시험을 연습하는 거였어요. 탁구대와 배구 코트 사이에는 그물이 쳐져 있었는데, 공이 침범해 서로 다치는 일을 막기 위함이었어요. 심지어 각종 헬스 기구를 갖춘 체력 단련실에도 학생들이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죠. 물론 체대 실기를 준비하는 소수의 학생이었지만 있을 건 다 갖추고 있었어요. 샘 때는 축구와 농구가 거의 전부였던 것 같은데, 훨씬 다양한 운동을 서로 사이좋게 즐기고 있었어요. 잘 구역화된 모습에 체육 샘들의 노력과 배려가 느껴졌어요.      


사진 - Young샘



또한 샘이 놀랐던 점은, 여학생들도 많이 보였다는 거예요. 샘 때는 운동장이 거의 남학생들의 독무대였는데, 지금은 비록 남학생의 비율이 높아도 여학생들도 한 데 어울려 많이 참여하고 있었어요. 탁구와 배드민턴을 즐기는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특히 배구 경기는 남녀가 서로 한 팀이 돼 즐기는 매우 인상적인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천천히 더 둘러보니 앉아서 알까기 같은 걸 하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카롬’이라는 외국 전통놀이였는데 앉아서 말을 튕기며 겨루는 보드게임 같은 거였어요. 체육 시간에 스포츠의 일종으로 배운 거를 점심시간에 즐기는 거라고 했었죠. 정말 다양한 스포츠를 편안하게 즐긴다고 느꼈어요. 사실 야외 중앙 운동장만 한산했을 뿐, 운동장 가장자리에서는 족구, 농구 등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죠. 가끔 춤 연습을 하는 학생들 있었어요. 샘의 첫 생각과 달리 오히려 과거에 비해 신체 활동을 하는 학생이 더 늘어났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게 되었죠.      

계속 학교생활을 하면서 신체 활동에 대한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먼저 체육 시간이 많이 바뀌었어요. 실제 생활 속에서도 연장돼 즐길 수 있는 소위 생활 체육들이 수업에 많이 도입된 것을 볼 수 있었죠. 과거에는 주로 주요 구기 종목 수업 위주였고 공만 던져주고 자유 경기하는 시간도 많았죠. 지금은 소수 운동을 잘하는 학생만이 아닌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변형된 생활 경기들을 체육시간에 즐기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어요. 매우 작은 골대로 즐기는 미니 축구, 남녀가 같이 즐기는 9인 배구, 좀 더 쉽게 변형된 농구 경기, 실내 하키 등 좀 더 많은 학생들의 신체 활동을 유도하는 편안 스포츠들이 인상 깊었어요. 평창 올림픽 기간에는 바퀴 달린 스톤을 활용한 실내 컬링을 즐기는데 그 모습이 귀엽게 보였어요. 그동안의 체육 샘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엿보였어요. 샘이 이런 체육 수업을 들었다면 과거 소수 운동 잘하는 아이들의 들러리라는 마음이 덜했을 것 같아요(ㅎㅎ). 둘째, 확실히 학교 내 신체활동을 늘리는 노력이 많아진 것 같아요. 멋진 실내 체육관이 모든 학교에 구축되어 있고, 점심시간에도 모든 학생들에게 개방되어 있죠. 그리고 중학교에는 정규 체육 수업 외에 스포츠클럽 시간이 추가로 편성되어 있죠. 더 많은 신체 활동이 아이들의 건강에 이롭고, 학업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 같았어요. 마지막으로 여학생의 높아진 참여가 보기 좋았어요. 과거보다 여학생들이 신체 활동에 대한 관심과 자신감이 높아 보여 흐뭇했어요. 자기 소개글에도 운동을 취미로 쓰는 여학생이 늘어나고 있고,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많아지고 있죠. 신체 활동은 남학생의 전유물이라는 암암리의 학교 분위기가 있었는데, 많이 해소가 된 것 같아요. 열심히 운동하는 여학생들이 멋있게 느껴졌어요.     


사진 - Young샘


이렇게 신체 활동을 장려하는 학교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해요. 사실 최근 뇌 과학의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하죠. 특히 유산소 운동이 뇌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요.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할수록 새로운 뇌세포가 많이 생성되고, 특히 학습 기억과 관련된 해마 영역에 새로운 뇌세포가 증가해 부피가 커진다는 것이 발견되었죠. 유산소 운동이 뇌 혈류량을 증가시켜 새로운 뇌세포를 생성하게 하고 더 많은 신경 세포 간의 연결을 만들어내죠. 학습 능력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향상에도 큰 효과를 보인다고 해요. 단 10분의 유산소 운동만으로도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향상되고, 그 결과 우울증과 불안감도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심지어 쉬는 시간 단 4분의 신체 활동만으로도 1시간 동안 수업 집중력을 유지시킨다는 연구도 있어요. 확실히 적절한 유산소 운동은 행복한 기운을 높여 주는 것 같아요. 달리기 도중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현상도 이와 관련이 있죠.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근력 운동도 청소년기 신체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해요. 흔히 어렸을 때 근력 운동을 하면 키가 안 큰다는 속성 때문에 권장하지 않았는데, 청소년기 근력 운동이 주는 다양한 이점들이 소개되고 있어요. 이러한 운동이 주는 효과들 때문에 외국의 한 학교에서는 하루를 체육 수업으로 시작한다고 해요. 신체 활동이 공부할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날 교과 시간의 학업 능률을 향상시켜 더 높은 성취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보여주죠. 이런 이유에서 샘도 여러분께 꼭 유산소 운동의 효과에 대한 영상을 수업 시간에 꼭 보여주죠. ‘운동화를 신은 뇌’와 같은 책도 학급에 비치하기도 하고요. 운동에 관심 없던 여학생들도 눈이 번쩍이는 것을 보면, 운동의 다양한 효과가 정확히 교육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이렇게 지적 능력과 정신 건강 측면에서 큰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운동이 신체 능력 자체를 균형 있게 개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결국 신체적, 정신적, 인성적 측면이 고루 발달된 전인적 인간을 양성하는 곳이어야 하죠. 종종 간과하는 내용인데, 결국 모든 측면에서 균형 있는 성장을 보인 학생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나 생각해요.


 

사진 - Young샘


확실히 샘이 처음 가졌던 편견은 잘못된 것이었어요. 어른들의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의 전반적인 신체 활동은 오히려 더 늘어났죠. 학교 내 작은 변화들도 이에 기여하고 있어 그동안의 변화가 대단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각종 디지털 기기에 중독돼 신체 활동을 거의 없는 학생들도 많이 보여 조금 걱정이 돼요. 특히 여학생들 중에 여전히 운동 자체를 극혐(?)하는 학생이 많은데, 작은 신체 활동이라도 조금씩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건강에 이로운 것은 물론이고, 여러분 최대 관심사인 성적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니까요. 실제로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한 학생일수록 끝까지 지구력을 발휘해 최종적으로 큰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 하는 게 힘들다면 방과 후나 주말에 시간 내어 가벼운 유산소 운동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사실 샘도 운동을 많이 싫어해 학창 시절 거의 몸을 안 움직였는데, 돌아보니 조금 후회돼요. 지금은 시간이 나면 잠깐이라도 실내 사이클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확실히 운동한 후 일의 능률이 다른 것을 느껴요.

    

무엇이든 ‘균형’이라는 가치는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항상 ‘균형’이 만능 정답은 아니겠지만, 확실히 심각한 ‘불균형’은 어떤 병리적 결과를 낳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균형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삶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장과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여러분의 신체와 정신 활동 사이의 비율을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렸다면 조금이라도 균형의 추를 맞출 수 있는 작은 실천 방안을 생각해봤으면 해요. 작지만 기분 좋은 변화가 느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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