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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A Sep 05. 2024

Have a Little Faith in Me.

The Art of Loving by Erich Fromm_Part 3

읽은 분량: Chapter III. Love and Its Disintegration in Contemporary Western Society / Chapter IV. The Practice of Love

마무리한 날: 8/30/24


Shoes, useful and needed as they may be, have no economic value (exchange value) if there is no demand for them on the market; human energy and skill are without exchange value if there is no demand for them under existing market conditions.


얘야, 좋은 신발이 되렴.
가능하면 최대한 비싸고 고급진 신발이 되렴.
여차하면 더 좋은 신발이 나타난단다.
언제나 긴장을 늦추지 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더 잘 팔리는 신발이 될 생각만 해.
버려지는 신발이 될 생각 하면 너무 끔찍하지 않니?


꽁꽁 숨겨둔, 아니 숨기려고 애쓴, 하지만 오래 참은 방귀처럼 나도 모르게 어디선가는 새어나갔을 내 마음의 소리다. 하지만 저자는 현대사회에 속해 있으면서 이리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니 자신을 속물이라 탓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Modern capitalism needs men who co-operate smoothly, and in large numbers; who want to consume more and more; and whose tastes are standardized and can be easily influenced and anticipated.


방금 전까지 글을 쓰다가, 인스타로 잠시 넘어갔다. 그리고는 짧은 영상들에 혼을 팔고, 지갑도 팔아버릴 뻔 하기 직전, 정신을 번뜩 차려보니 30분이 훌쩍 지났다. 영상 제작자에게는 짭짤한 광고수익이 입금되었겠고, 나는 시간을 도둑맞았다. Erich Fromm이 70년 전에 준 경고를 우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Man’s happiness today consists in “having fun.”
Having fun lies in the satisfaction of consuming and “taking in” commodities, sights, food, drinks, cigarettes, people, lectures, books, movies—all are consumed, swallowed.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책이 어제 쓰인 책인가 의심한다. 오늘 우리의 고민과 하나 다르지가 않아서.

캠핑을 한때 열심히 다녔다. 캠핑장비도 부지런히 샀다. 처음엔 그놈이 그놈이었던 장비가 핸드백 시장처럼 명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가 자주 가던 청평 호숫가 캠핑장에 의리 번쩍한 거실형 텐트에 카약과 모터보트를 싣고 나타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걸 여기서 펴면 다 쳐다보려나, 이걸 여기에 가져가면 좀 그렇겠지? 잘 쓰고 있던 저렴한 코펠이 마음에 걸리고, 햇볕을 잘 막아주던 파라솔대신 근사하게 처진 그늘막이 부럽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들'에 속하지 못한다는 불안과 열등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캠핑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유치하게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저렇게 이고 지고 삐까뻔쩍 차려놓고 먹고만 갈 거면 뭣하러 캠핑은 오나.'

황새 쫓아가고 싶어 주머니도 가난해지기 시작했지만, 마음도 가난해졌다.


Another form of projection is the projection of one’s own problems on the children. First of all such projection takes place not infrequently in the wish for children. In such cases the wish for children is primarily determined by projecting one’s own problem of existence on that of the children. When a person feels that he has not been able to make sense of his own life, he tries to make sense of it in terms of the life of his children.


얘야, 나는 옆으로 걸을지언정, 너는 앞으로 걸어라
_꽃게 엄마가 아기 꽃게에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 너무 불안했다. 혼자인 것이 너무 두려워서 온 에너지를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썼던 나이기에 그렇게 하지 않는 아이가 못마땅했다. 

아이가 친구랑 했던 약속이 취소되었다고 하면

왜? 바쁘데? 싸웠어? 너 싫대?


내 불안을 알아채지 못하면, 아이는 내 불안을 같이 떠안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했던 연습이 나의 불안을 알아채는 것이었지만, 그 연습의 시간과 결과는 생각보다 지루하고 느렸다. 다행히도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있는 아이는 나의 닦달과 채근을 꿋꿋하게 견뎌내어 주었다. 내가 제일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부분이다.

그 불안 내꺼야.

오늘도 연습하는 '내 불안은 내가 처리하기'.

The practice of the art of loving requires the practice of faith.

Faith is a character trait pervading the whole personality, rather than a specific belief.

To have faith requires courage, the ability to take a risk, the readiness even to accept pain and disappointment. Whoever insists on safety and security as primary conditions of life cannot have faith; whoever shuts himself off in a system of defense, where distance and possession are his means of security, makes himself a prisoner.

지금의 남편을 만나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어느 날 그가 나에게 'Have a litte Faith in me'라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나는 너를 믿어.
아니야. 너는 날 믿지 않아.


저자는 'Faith'란, 실망을 감당할 용기, 실패 후의 고통을 함께 감당할 용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날, 남편의 'Faith'와 나의 'Faith'는 같은 단어, 다른 뜻이었다. 나의 Faith는 상대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리고 남편은 그것 때문에 힘들어했다.


누군가 물었다. 아마도 부모교육강좌에서였던 것 같다. 사랑하는 이가 사형수가 되더라도 그를 믿는-실망을 감당할 용기, 실패하고 겪는 고통을 함께 감당할 용기까지 포함하는-, 그를 위해 지구상에 한 명 남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냐고. 그때 알았다. 믿는다는 거  쉬운 거 아니구나.

나의 얕은 실개천 같은 'Faith'가, 곧 너른 강과 만나고, 바다와 만나는 그날이 오길 바라본다.




Erich Fromm의 The Art of Loving을 3주에 걸쳐 읽었다. 넘기는 장마다 형광줄이 한가득이다.

그리고 요약 정말 못하는 내가, 단 한마디로 요약해 봤다.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많은 예술가와 예술 작품이 그러하듯, 사랑도 살아있는 동안보다 죽음 직전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나를 객관적으로 본다는 건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만큼, 어려우니까.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사랑을 향한 길은 많은 예술을 향한 길이 그러하듯, 다소 이상적으로 보이고, 다소 거창하고, 다소 어렵다. 하지만 또힌 많은 예술이 그러하듯, 정답은 없다는 점에서 용기를 내어본다.

'나'는 이 세상에 하나라, 내가 하는 사랑도 매우 'Unique'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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