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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Oct 18. 2020

쟈스민 W LOG

100번째 글 기념 Writing log


오전 07시 30분.


"뚜루루루 뚜루루뚜뚜- 빠 빠라라라 뚜루루 뚜 뚜루루 뚜뚜- 빠 빠라라라라-"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일어날 때가 되었다. 일어나야 한다. 일어날 테니 그만 좀 보채라며 알람 중지 버튼을 한대 때린다.

비몽사몽으로 화장실부터 들른다. 간밤에 쌓아 둔 노폐물을 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울 앞에 마주 선다. 흠칫한다. 조금 놀라운 얼굴이 거울 앞에 하나 있다. 간단히 고양히 세수를 하고 나온다. 옷가지를 서성인다. 쇼핑 안 한지 제법 되긴 했다. 입을 옷이 없다. 어제 입었던 바지, 엊그제 입었던 치마를 오늘 또 입고 싶지는 않다. 예상 외로 여기서 많은 시간이 지체 된다. 하의를 고르면 상의가 걸리고, 그럼 입을 옷이 없어져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옷 입을 때 마다 제약을 많이 두는 편이라, 비 올땐 밝은 바지는 안 되고, 어두운 속옷 입은 날엔 밝은 상의는 입을 수 없어, 그렇다. 옷 좀 사야겠다. 5분을 투자해 고른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는다. 옷 입는 게 귀찮은 사람, 나 뿐인. 바지에 다리를 넣고 셔츠에 달린 단추 하나하나를 꿰는 일이 성가시다. 나는 졸리다.


아침을 건너 다. 아침 먹는 시간을 아껴야 한다. 최대한 덜 붐비는 시간에 출퇴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남보다 이르거나 늦어야 하는데, 늦음을 택할 수 없어 나는 이름을 택한다. 버스 정류장에 가는 길이 차갑다. 반팔티 하나에 가디건 걸쳐 입었더니 반팔 밑으로 온 팔이 시리다. 바람이 가디건을 통과해 날것으로 스민다. 먼저 집을 나선 나는 사방에 겁나 추움을 알린다. "엄청 추워. 옷 따뜻하게 입고 가!"


버스 기다리는 동안 밤 사이 사건사고를 읽는다. 테슬라 주가는 얼마에 마감 되었으며, 블로그는 몇이 다녀 갔는지, 세계 경제면엔 무엇이 실렸는지. 파란 버스가 오고, 버스에 오른 순간 폰 대신 책을 펼친다. 책은 기다림이다. 읽는 내내 즐거운 책도 있지만, 보통 한 마디 건져 가기 위해 천 마디 읽는 경우가 많다. 한 방을 기다리며 줄줄 읽어 나간다. 그러다보면 금세 정거장이다. 다시 책을 넣고 폰을 든다. 몇 개의 카톡이 새로 와있다. 클릭 한 번으로 넘어가면 그만인 것들을 사정없이 지우기 시작한다. 숫자만 동동 떠 있는 일은 왠지 불편한 마음이 들어 싫다.



언제나 일등으로 도착해 있다. 일등으로 도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침을 사용해야 한다. 아침의 활용이 나에겐 맞는 일이다. 게을러지는 바람에 30분 밖에 남지 않은 여유지만, 이때만이라도 내것으로 보내야 한다. 빠른 손길로 커피 한 잔 내리며 컴퓨터를 켠다. 제일 먼저 카카오 브런치에 접속한다. 어제 저녁 6시부터 조금 전까지 쌓여(?)있을 반응을 확인한다. 접속 후 확인 전. 어쩐지 심장에 진동이 온다. 약간 떨린다. 대범해 지고 싶은데 왜이러나 몰라. 그리고 딱 예상했던 만큼의 반응을 확인한다. 다시 차분해져, 짬을 이용해 글을 쓴다. 미쳐 마무리 짓지 못한 글은 저장을 누른다. 그리고 근무 시작 전, 전날 마무리 해둔 <헬스장 사람들> 에피소드를 작가의 서랍에 꺼내 발행한다. 따단. 아주 괜찮은 글은 두어번 더 읽어 본다. 음, 좋아. 업무를 시작한다.


사무실에선 쟈스민이라는 내 필명을 아무도 모른다. 내 이름 석자로 된 나를 작가로 알고 있을 뿐인데, 그래서 인지 9 to 6까지는 비(非)쟈스민으로 살아간다. 일 하는 중인데, 일을 시키고, 처리 중인데, 언제 되냐고 되묻는다. 나를 찾는다. 바쁘지 않은 날이면 업무 중 글 쓴다. 다 같이 노는 느낌의 날이면 더 쓴다. 짧게 쓰고, 저장을 누르고, 다시 불러와 또 쓰고, 저장을 누른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은 하지만, 수시로 브런치 알람도 확인한다. 오늘도 추세경 작가님 좋아요 눌러주셨구나, 이번 한 작가님 댓글엔 어떤 내용이 달렸을까, 다 안다. 회사에선 이런 나를 알랑가.


점심시간 이용해 간단히 운동을 한다. 오후에 남일을 하고 퇴근을 한. 칼 같이 지킨다. 칼 같이 굴려고 하는 게 하나 더 있다. 대외 활동은 오전 9시에 오픈해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브런치도, 카톡도, 안녕이다. 안녕을 하지 않으면 소중한 것을 지속해 나갈 수 없다. 지킬 수 없다는 걸 안다. 카톡은 귀찮아서 안하는 거지만, 글념은 일부러 접는다. 글 생각만 하다 놓치는 순간이 많음을 안 이후부터다. 모든 걸 닫는다. 그리고 휴식과, 먹고 마시는 것과,  노는 것과 사랑을 한다. 최대로 현재만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그럴 자격 있는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다.


벼루었던 치킨을 시켜 맥주를 곁에 둔다. 소주 한 잔도 불렀다. 음, 맛있어!를 연달아 외친다. 살 찔것을 염려하지 않는다. 배 터지게 먹지 않으면 그뿐이다. 행복의 진리는 단순그 진리만 잘 따르면 행복해지기란 아주 쉽다. 소소하지만 확실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고로 오늘 저녁이 행복하다. 술 기운 때문만은 아닐 거다. 자기 전 테슬라 주식 한 번 더 확인 한다. 내 얼굴 같이 빨간 게 오늘 밤, 따뜻하게 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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