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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Aug 21. 2020

#8. 메신저 업무


2010년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는 어느 날 즈음. 스마트폰이라는 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데!”


휴대전화에 인터넷 통신과 정보검색 등 컴퓨터 지원 기능을 추가한 지능형 단말기, 그것이 스마트폰이었다. 하여튼 그때만 해도 겁나 신기한 물건이었더랬다. 그리고 그 겁나 신문물을, 상무님이 들고 나타났다.


“와! 한 번 봐도 되요?”


내 상식의 핸드폰이 아니었다. 뚜껑 없이 펼쳐진 하나의 화면에 온통 검정색으로 물들여진 그것. 반으로 접혀 있던 폰 열어야만 전원 켜진다는 지식에 반해, 오른쪽 위치한 전원 버튼 한 방이면 금세 디지털스러운 화면으로 변해버렸다. ‘워메 신기한 것.’ 뭐 이런 물건이 다 있나 싶도록 요망한 것이었다. 요리를 보고 저리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지이이잉” 메시지 비스무리한 게 왔다.


“이게 뭐에요?”

“인터넷 접속한 사람들끼리 보낼 수 있는 메신저 같은 거야.”


네이트 온 같은 건가 싶기도 한 메신저 서비스가 스마트폰 유저 몇몇끼리 사용되는 것 같았다. 별 일일세. 과금은 발신 문자 개수대로 부과되는 거 말고, 사용하는 인터넷 데이터 용량 따라 매겨진다고. 참으로 별난 스마트 세상. 나와는 무관한 일로 여겼다. 인터넷은 집에 가서 하면 되니까. 연락만 잘 되는 내 2G 폰으로도 충분히 살만하니까. 콧방귀도 안 뀌던 그 날 그리고 얼마 후, 회사에서 발표가 나왔다.


“업무의 질 향상을 위해 전 직원 스마트폰 보급.”


인턴이었던 나에게도 3G 폰이 하사 되었다. 솔직히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다는 우월감보다 새 핸드폰 갖게 되었다는 반가움이 더 좋았지만. 어쨌거나 우왕!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로 당장에 핸드폰 가게 들러 나도 하나 달라고 주문했다. 감히 인턴 월급으로는 손에 넣기 힘든 스마트 폰이, 내 손에 쥐어졌다.


내가 처음한 일은 상무님 하던 그 것을 다운 받는 일이었다. 클릭 한 번에, 클릭 또 한 번에 다운 받아진 어플리케이션. 오오 이게 바로 카카오구나. 카카오 원두는 샛 노란색 아님에도 왜 노란색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마트 폰 대중화 되지 않았던 그때, 카카오는 오직 몇 얼리어답터들의 대화 장이었다. 접속해 들어가 본 카카오엔 다운 받은 열 몇의 유저 아이디와 현재 접속해 있는 소수의 사람이 보였다. 습관과도 같이 리스트 주욱 살펴보고 있는데, 노란 불빛으로 밝게 빛나고 있는 상무님 아이디가! 놀란 마음에 망설일 것도 없이 부랴부랴 로그아웃해 버렸다. 지은 죄는 없었다. 다만, 접속해 있으면 뭐라도 시키실 것 같은 느낌에서 그랬다. 그때 받았던 느낌. 퇴근하고도 상무님과 한 시간, 한 공간에 있는 듯한. 여간 불편한 마음에 버선발로 카카오로부터 도망쳐 나왔다. 도망치면서도 ‘못 보셨겠지’ 하고 바랐더랬다.


그리고 다음날.

“어제 접속했던 거 같더라?”


순식간이라 생각했는데, 발각됐다. 그렇다고 ‘넵. 상무님 보고 도망갔어요.’할 수는 없고, 그저 머쓱한 미소 한 방과 함께 자리를 떴다. 카카오 무서워.


그 무렵 회사에서는 스마트 폰 지급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었다. 스마트 폰 배급 전, 적어도 퇴근과 동시에, 사무실과 멀어짐과 동시에 진정 업무로부터 로그아웃일 수 있었다. 완전한 자유와 불완전한 속박이 존재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스마트 폰 보급과 함께 이건 뭐, 자나 깨나 로그인이다. 심지어는 시시각각 메시지 확인을 못한 것도 잘한 일은 아닌 게 되어버리다니. 언제 올지 모르는 메시지에 핸드폰 손 한편에 끼고 살아야 했고, 수시로 확인해야 했으며, 그렇게 나의 업무 시간은 늘었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 상당히 프라이빗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실현되는 공간, 지극히 개인적인 장소라 여겼다. 이곳만큼은 침범해 오지 않기를, 나의 사람들과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 거침없이 할 수 있기를. 그랬던 이곳이 누구에게나 오픈된 나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허물어야 할 벽이란 없게 되었고, 넘어오고자 한다면 누구나 넘볼 수 있게 된 나. 핸드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네 준 이상 영락없이 드러나 버리는 내 프사(프로필 사진), 대화명에 “개인적인 무언가”란 없어졌다. 누구나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럼에도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이라고.

카카오 없이는 소통이란 불가한 탓에 ‘에라이 모르겠다. 보던지 말던지.’

놓아버렸다.


카카오, 도대체 누가 만든 거냐며 한 때 원망하던 존재였는데.

오늘의 나는 글을 쓸 공간이 있어, 그런 카카오 브런치가 고맙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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