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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Jan 25. 2021

오늘은

꿈도 이런 꿈을 꾸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 자, 늦잠이 간절한 이유가 무엇인가. 왜 나는 이토록 눈 뜨기 싫어하는가.


알람이 울리기도 전인 새벽 4시 어귀부터였다.

꼭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고 싶은데, 그래야 하는데. 진새벽을 맞는 나는 어쩐지 달라져 있어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이불에서 벗어나기가 싫더라. 그렇게 3시간 넘도록 나와 싸우다, 결국 출근시간 임박해 자리에 일어나게 되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치열한 사투 끝 내린 결론은, 아무래도 일찍부터 회사 가 앉아있기 싫다는 것. 출근하기가 이렇게 싫어서야.


생각해 보았다.

“일”이 싫은가, “사람”이 싫은가. 무엇이 나를 “속박” 한다 여기는가. 남아 있는 앙금 때문인가, 가슴 깊은 곳 부당함이 원인인가, “월급날”인 오늘도 가기 싫어하는 심보는 무엇인가.


상상 끝에 그랬으면 참 좋겠다는 나를 보며, 하나를 알게 된다.

나를 제외한 누구도 출근하지 않는다면, 이런 무거움은 없지 않았을까.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터에 나가 밀린 일을 처리하고, 점심엔 마음 편히 운동 하고, 운동 후엔 간단히 샐러드를. 오후 시간엔 못다 적은 글 한 페이지를. 그러곤 퇴근을. 참 좋을 텐데.


그리고 꿈은 꿈이라 바람에 그친다.


이런 날을 한 주에 5번 반복하며 산다.

회사 가기 싫다, 는 투정이 심해질수록 현실의 나와 이상의 나 사이 사투도 치열해 진다. 뽜이팅 넘치는 하루를 보낸다. 난 좀 열심히 싸우는 편인지 자그마치 화요일 퇴근길이면 오늘 금요일 아닌가, 하는 요일적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고작 화요일임을 알고 좌절한다. 아, 남은 수목금. 잔뜩 실망이다.


털린 에너지로 집에 오면, 나는 내게 보상이라는 걸 하고 싶어진다. 맛있는 녀석들을 보며 맛있는 저녁거릴 찾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수고하고 온 나를 치하해 주고 싶다. 김치 볶음밥, 부대찌개, 치킨, 뭐든 좋다. 야무지게 보상할 수만 있다면.


이럴 때면 꼭, 언제나 같이 맥주 한 잔이 생각난다.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테이블 한 자릴 차지했다.


보상의 동기는 다양하다. 열심히 일 한 나에게 화요부터 목요까지 치얼스, 금요는 금요일이라 치얼스, 주말은 주말이라는 경쾌함으로 치얼스. 요 며칠 위가 쓰리기도 했다. 꾸준함이 이런 거다. 고작 한 깡이었지만, 한 깡의 퍼덕임이 위를 뜨겁게 했다. 아야야. 쉼 없이 막 살기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중해야 겠다는 마음의 벅참을 보니, 결심이 필요한 때가 온 듯하다. 박상영 작가 하고 싶은 말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라면, 이번에 난.


“오늘 밤은 마시지 말아야지.”


마시지 말아야지, 라는 일념으로 주 6일을 보냈다. 오늘 밤은 기필코 물만 마셔야지, 그래야지, 퓨어pure한 내가 되어야지.



혈중 알콜 농도 5%의 주 6일을 보냈다. 월요 빼고, 화, 수, 목, 금, 토, 일을 하루 한 깡으로. 딸국. 오늘 밤은 기필코 마시지 않겠다는, 나랑 한 약속을 꼬박 6일 동안 지키지 못한 내가 싫다. 지난 내가 참 별로인 게, 어쩌면 나는 나를 만나기 싫어 일어나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한참 깨기 싫던 날은 꼭 그랬던 거 같다.


*

월요일 아침, 메오 이야기가 희망이 되었다며, 보내준 희망에 감사하다는 댓글을 받았다.


“넵! ㅇㅇ님도 힘내세요.^_^ 화이팅 입니다!”


다시 만난 출근길에 웃음기 싹 빠진 담백한 얼굴로, 두 손은 미소(^_^)를 날리고 있었다. 월요일 내 얼굴(-_-)차림은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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