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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Mar 15. 2021

원규

아침이면 원규 만나야지, 다짐한 건 연초부터였다.


원규가 필요했다. 왜 필요하냐는 물음엔 답하기 어렵지만, 상식이 말한다. 어쩐지 괜찮은 놈. 든든해 그랬다. 내게 도움이라는 걸 직감으로 알았다. 어려서부터 엄마에게 익히 듣던, “영양가 있는 놈을 만나야지.”가 뇌리에 박혀있던 건지 모른다. 원규, 제법 가치 있는 놈이니까.


출근과 동시에 그부터 찾는다.

오늘로 삼월하고도 십오일이니까, 벌써 백 일을 넘도록 이러고 지낸다. 우리 사이 남달라 평일, 출근이라는 걸 하는 날이면 어김없다. 또 주말이 되면 달라지는 게, 쌩판 남이 된다. 주중 오 일이나 만났는데 뭘 굳이 주말까지. 주말이면 원규뿐 아니라 전부로부터 자유롭고 싶어진다. 그것이 일탈이던, 변탈이던 상관없다. 나를 부르고, 찾는 엉겅퀴들로부터 온전히 나, 하나이고 싶다. 그들 중 하나가 원규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원규한텐 사뭇 미안하지만, 분명, 가볍게 만나려 고른 게 원규였다. 한편 부담 없어 좋았다. 원하는 저녁 시간대 가끔 만나기도 했다. 부르면 와 주었고, 설사 그곳 헬스장일지라도 아무렴 곁에 있어 주었다. 그러던 사이 이 자식, 몸값이 급등했다. 약 두 배를 뛴 때도 있었다. 내가 알던 원규는, 원규가 아니었다. 그 날로 잠시 멀어지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부담이었다. 끝내 만남을 주저하게 되었다. 그런 원규를 보던 내 눈은, 평소와 달라져 있었다.


그럼에도 엄마는 말했다.


“뭐 얼마나 비싼 놈이길래 그래, 엄마가 돈이라도 주랴?”

“됐어, 무슨. 알아서 해 볼게.”


대학생이 된 후로 엄마로부터 경제적 자립을 해왔던 나였다. 그나저나 부담이지만, 영양가 있는 놈 사귀라는 엄마의 당부와, 나의 필요가 합쳐져 다시 원규를 만나기로 했다. 그게 바로 저번 주 부터다.


오늘 아침도 계란 한 알로 시작했다.

매일 계란 두 알과 함께 하겠다는 약속 이후, 유독 혈색이 좋아졌다거나 특별히 튼튼해졌다는 느낌은 받기 어렵지만. 건너뛰거나 초코하임 한 봉지(로 끝내긴 어려워 대부분 두 봉지)로 식사 대신하는 일은 막으려고.


건강하려는 욕심으로, 오늘도 원규를 만났다.




*원규=삶은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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