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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May 24. 2021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합니다.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말하자면, 엄마는 언제고 골고루 먹으라 했다. 먹고 힘내기 위해 고기도 좀 먹어야 하고, 칼슘 섭취를 위해 멸치도 먹어야 하고, 쭉쭉 자라라며 우유도 마셔야 하고, 치즈도 먹고, 빠지지 않고 등장한 반찬이 있다면 계란이었다. 가끔 어디 좋다는 영양제를 내게 권하기도 했다. “딸, 피곤해 보이더라. 엄마가 주문했어, 하루 두 번 밥 먹고 챙겨먹으래. 우리 딸 파이팅.” 지극한 엄마였다.


그렇게 자라왔다. 골고루, 동물성 식품을 포함해 골고루. 아침엔 삶은 계란 두 알을 먹었다. 단백질 보충용이라며, 클린하게 먹는 내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오죽하면 글에도 썼을까. 점심으론 보통 닭 찌찌 샐러드를 먹었다. 근육 운동하는 나를 위해 닭이 무조건 들러 간 샐러드를 먹었고, 기력이 떨어진 날엔 고기 찾아 먹었다. 그리고 우유와 유제품, 생선 먹기를 필수라 여겼다. 그때마다 엄마는 “잘했다.”라며 잘한 나로 만들어주었다.



책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된다. 그러며 엄마에게 해줄 말은 “엄마, 사실은 나 잘하고 있지 않았어.” 그러나 엄마는 잘못이 없다. 골고루, 그러니까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며 교육 받아왔을 뿐이니까. 요즘이라면 엄마가 자주 보는 홈쇼핑 광고에서도 귀에 익도록 떠들어 댔을 뿐이니까. 풍요병으로 고생하는 지금과 같은 때, 부족한 영양은 영양제로 채워 넣으라는 그 말에 불안했을 뿐이겠다. 무릎이 아프고, 눈이 침침하고, 도통 살은 안 빠지는 게, 그 영양제를 먹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언짢아 지는 건, 동물성 식품(고기, 생선, 계란, 우유, 유제품)이 우리 몸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 외면했던 그들과, 그토록 믿게 만든 그들 때문이지 엄마 때문은 아니었다.


근육 키우느라 소비했던 닭 가슴살을 일절 끊었다. 냉동실에 있던 수봉의 닭 가슴살과 서른 장의 체다 치즈, 냉동 돈가스를 함께 버렸다. 대신 찐 옥수수와 찐 감자로 우리 집 식탁을 채웠다. 달라진 하나 더 있다면 정제 된 흰 쌀밥 대신 콩, 현미, 기타 곡물이 들어가 잡곡인 잡곡밥을 한다. 그리고 호박과 버섯, 양파, 감자 가득 넣어 된장찌개를 끓인다. 가끔 고추장에 잡곡밥을 비벼 먹기도 한다.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을 양껏 먹는데, 포만하기가 그지없다. 그럼에도 확실히 가벼워진 속이다. 전과 달리 잡곡밥을 고봉으로 쌓아 두고 먹어도 부대낌이 없다. 요상한 다이어트 할 때와는 다른 차원의 가벼운 포만감이 24시간 있다. 매일 아침 화장실에 들른다. 살 빠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듣는데, 이건 지켜봐야 할 일이다. 조금 더 빠질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건강한 에너지가 넘친다. 책에서 본 이야기지만 동물성 식품은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식물성 식품은 에너지를 발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돈가스 대신 잡곡밥에 된장찌개를 저녁 식사로 정한 이후 나는 미친 듯이 집안일을 한다. 깨끗한 아내가 되어간다.



녹말채식을 시작하고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이것이다.


영양으로 찾은 나의 건강이 병원 가기를 더디게 할 것이다. 약 소비는 확연히 줄 것이고, 잘 못 먹어 온 탓에 아팠던 몸을 해결하기 위해 영양제에 의존하는 일은 멈출 것이다. 대신 건강에서 오는 활력으로 삶을 대할 것이다. 나의 사람, 당신과 나의 일과 나와 마주하는 모든 이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선물할 것이다. 그리고 시작은 나와 나의 가족의 건강을 위함이었지만, 나아가 동물과 지구 환경을 위한 일임을 믿는다.


‘먹는 것이 곧 나’라는 자명한 진리가 이제야 내게 꽂힌다. 나는 그간 무엇을 먹고 살았나, 얼마의 상업 자본주의에 노출된 희생양이었던가, 생각하게 된다. (당신과 동물과 지구를)생각하는 사람이 된 건 전부 읽고 쓰는 사람이 된 덕분이라는, 원래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는 부끄러움을 고백해보며.


보다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고작 2주짜리 채식주의자가 된 나라 감히,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동물성 식품 섭취가 불가피한 날도 있겠지만. 나의 믿음에 흔들림 없기를 바라며 3주차 하루 앞둔 오늘, 짙은 다짐을 해본다.




*존 맥두걸 박사의 추천 식단입니다.


동물성 식품(고기, 생선, 계란, 우유, 유제품)을 끊고

(무가공)식물성 식품(옥수수, 감자, 고구마, 통밀, 채소와 과일)로 채우세요.


우리는 단백질 부족이 아니라 넘치는 단백질로 인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은 식물성 식품을 통해 충분히 섭취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동물성 식품은 지방과 떨어뜨릴 라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데, 또한 이것이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먹는 것만 바꾸어도 많은 병을 예방하거나 낫게 할 수 있습니다.



먹는 것이 곧 당신입니다.


#어느채식의사의고백_존 맥두걸

#무엇을먹을것인가_콜린 캠벨

#음식혁명_존 로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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