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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Jan 10. 2022

[1118]일일일발(견)_김치에 소주


매일 사소한 발견을

기록하려 한다.






'기록'하려 한다.

그러니까 '발견'하려고 한다.

하루의 발견.

(제발 끈질기게 연재할 수 있기를)








2022/01/10/월





"김치에 소주"









뒤에 달린 일정이 없는 날은

편히 마실 수 있다.

한 잔에 몸을 녹인다.

지난 토요일이었다.





제조상궁이 되었다.

맥주에 소주 쪼르르  따라 소맥을 만들었다.

마땅한 안주거리가 없어 내온 것은 석박지.

술은 쓰니

김치라도 있어 다행이다.

별것 없는 한 차림이 되었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런가보다.

넘길 수 있는 만큼만 입에 채워 한 모금 마셨다.

취했다.

그립다는 감정과 무관하게, 아빠 생각이 났다.







탁자에 놓인 것은

아빠가 꼬박꼬박 챙기던 안주상과 같다.


나 어릴적

아빠는 두꺼비 그려진 소주 한 병에 김치로 한 끼를 해결했다.

어김없이 취했고, 횡포를 부렸다.

당한 건 약자에 속하던 엄마와 지 애미를 닮은 나.

이 세상에서 소주와 김치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날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내가 6살이던 시절의 아빠 나이가

이젠 내 나이가 되었지만

소주와 김치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아빠가 사라졌다.

20년이나 되었다.







그를 떠올리는 것을 멈춰 다시 한 모금 넘겼다.

그랬던 날을

김치에 소주로 위로 받는다.






나의 아빠라는 자는 참 유별나다 여겼건만,

아빠와 나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1118




1118(1일1발(견))을 주제로 연재합니다.

매일 사소한 '기록'을 목표로 하고,

일상 '발견'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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