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과 다 먹고 살라고 하는 짓

시:팔이, 손은경

by 손은경

오전 10시

말이 없는 커피숍에 앉아


담배존에 서

한 손엔 담배,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꽂고

심각한 얼굴로 폐를 태우는

양복무리를 보다가

시선을 모니터로 옮겨와 시를 쓴다


그러다 11시 14분이면

월급에 갇혀있던 직장인이

우르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게 보인다

점심을 향한 경쾌한 걸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웃음이 멈추지 않는 것도

점심이 이른 것도

다 먹고 ‘살라고’ 그런 것 아니겠어


그러다 12시 11분

몇 번 씹지 않고

점심식사를 마신 직장인들이

이 커피숍으로 몰려온다

곱창과 닭도리탕, 제육볶음 따위를 코트에 달고


털썩, 하고 앉거나

펄럭, 하고 코트를 털 때면

삐끗, 불협화음을 만들듯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그래서 불쾌한 고기냄새들이

사방을 휘젓는다

온 신경이 후각에 쏠린다


그러다 후각이 불 꺼진 기억을 밝힌다


김부장


점심에 곱창전골 먹고 온 그가 떠오르기도 했다가

그 회사 진작 나오길 잘했어 싶기도 하다가

다시 김부장,

함께 한탄하던 때가 있었는데

중학생 아들 생각에 ‘너 먼저 가’ 하던 그를

안타까워 하다가


그래,

다 먹고 살라고 하는 짓 아니겠어


적어도 잘 ‘먹고는 살고 있을’ 거란 믿음에

안도를 하니

오후 1시가 돼 제 위치로 돌아가는

여의도 김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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