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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식

by 슈히 Mar 07. 2025

   초록은 남편 준상과 연애하던 시절을 회상했다. 어느 날이었다. 준상은 용기 내어 초록에게 제안했다.

  "초록아, 우리 오늘은 저기 갈까?"

  "저기가 어디?"

준상은 물끄러미 모텔을 가리켰다. 초록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으응, 그래......"

  박하가 초록에게 물었다.

  "오, 먼저 말을 꺼낸 건 당시 남자 친구였네!"

  "사실, 여자가 먼저 나서긴 좀 그렇잖아요...... 시작은 그렇게 했는데, 연애할 땐 만날 때마다 늘 섹스하진 않았어요. 안 하는 날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근데, 결혼하고 나니 문제가 되더군요. 남편은 성욕이 낮아요."

  박하는 성욕이 낮은 남자를 거의 못 봤기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윽, 성욕이 낮은 남자가 진짜 있구나! 난 연인으로 만난 적은 없는데. 예전에 다녔던 병원의 남자 물리 치료사가 성욕이 낮은 편이라고 본인이 말하는 걸 들은 적은 있어. 그 선생은 당시 신혼부부였거든. 욕구가 과다할 필요는 없지만, 적당해야 뭐든 좋은 거 아닌가? 수면욕, 식욕, 성욕 모두 본능인데. 저기, 그럼 혹시 마지막 부부 관계는 언제야? 아, 너무 무례한 질문인가......"

  초록이 대답했다.

  "괜찮아요, 언니. 마지막 부부 관계가 언제더라...... 어, 지난 5월?"

순간, 박하는 동공이 흔들렸다. 몇 초간 정적을 느끼며, 어떻게 반응할까 빠르게 판단했다.

  "엉......? 지금 8월인데? 자그마치 3개월간 성관계를 안 했다고?"

  초록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 과정이 없는데, 어떻게 결과가 있겠어요? 그러니, 임신이 안 되죠. 내가 매력이 없는 건가,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마지막 잠자리도 사실, 제가 화내서 억지로 한 거나 다름없어요. 외로워요."

  "자존심 엄청 상했겠다...... 부부 관계 거부하면, 이혼 사유가 된다는데성욕 낮은 배우자는 그런 점이 문제구나. 섹스 안 해도 그냥, 부부끼리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

  "2세를 꼭 갖고 싶어요. 안 생기니까, 오히려 더 욕심이 생겨요."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이동했다. 단독 주택을 개조한 공간이었다. 평일 오후라서, 한적했다. 박하와 초록은 실내에서 음료를 마신 후, 마당으로 나갔다. 뙤약볕이 작열했으나, 대나무숲이 울창해서 그들은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와, 시원하다!"

  "언니, 우리 같이 사진 찍어요." 

  여자 둘은 집이 가까워서 자주 만났고, 1살 터울의 또래라서 급격히 친해졌다. 무더운 여름이 이어졌다. 박하는 초록을 실내 수영장에서 만났다. 샤워실에서 슬쩍 본 초록의 나신은 매력적이었다. 허리가 잘록하고, 균형 잡힌 몸매였다.

  '오, 은근히 가슴도 좀 있네. 저렇게 젊고, 싱싱한데 독수공방 신세라니...... 아깝다, 아까워!'

  박하는 물에 풍덩 뛰어들어 수영 실력을 뽐냈다. 지켜보던 초록이 감탄했다.

  "우와, 언니 수영 잘하네요! 대체, 비결이 뭐예요?"

  "후후, 고마워!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수영 배웠어. 뭐든지, 어릴 때 배워야 습득력이 빨라. 너도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돼. 충분히 할 수 있어!"

  "휴, 남편이 언니의 정력 절반만 닮았으면 좋겠네요......"

  "남편은 어떤 운동해?"

  초록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허구한 날 집에만 있어요. 집돌이예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한데! 남편은 집에서, 대체 뭐 하는데?"

  "게임해요."

  "윽, 운동을 안 해서 성욕도 낮은 거 아니야? 운동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남자들 중에 성욕 낮은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걸? 운동 능력이 신체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잖아. 남편한테 운동 좀 하라고 일러."

  "남편이 원래 운동하는 걸 안 좋아해요."

  "어휴, 그럼 넌 운동하는 거 좋아해?"

  "등산 좋아해요."

  "오, 정말? 그럼, 우리 등산 갈까? 마침 인근에 초급 산행으로 점찍어 놓은 산이 있거든."

  "좋아요!"

  며칠 후, 그들은 시외로 등산을 떠났다. 초록이 운전했다.

  "남이 운전하는 차 타면 멀미해서, 제가 운전하는 게 나아요."

  "직접 운전하면, 멀미를 안 해?"

  "네, 괜찮아요. 왜 그런 건진 모르겠어요."

  초록은 체력이 썩 좋지 못했다. 등산길엔 한걸음 옮기는 것조차 매우 힘겨워했고, 하산길엔 겁이 많아서 자주 멈춰 섰다.

  "언니, 같이 가요! 헉헉......"

  "조금만 힘내! 천천히 와."

  '이게 초급이라고? 말도 안 돼! 속았어......'

초록은 부들부들 떨었다.

  박하는 초록을 걱정스럽게 올려다봤다.

  '어려운 난이도가 아닌데, 고전하네......'

초록은 터덜터덜 내려왔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변명하듯 말했다.

  "체력이 이 정도로 떨어졌을 줄은, 몰랐어요. 그간 시술받느라 누워만 있었더니, 근육이 다 빠졌나 봐요."

  박하는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안쓰러운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시술받으면, 운동하면 안 되거든요. 약 먹기, 주사 맞기 등 모두 여자의 몫이에요. 남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요. 게다가, 남편이 무정자증이거든요."

  "뭐라고?!"

  박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씨가 없는데, 어찌 열매를 맺겠는가? 초록은 덤덤했다.

  "산부인과 의사 말로는, 저는 정상이래요. 임신이 안 되는 원인은 전적으로 남편 때문이에요."

  "그걸 가족들이 모두 알고 있어?"

  "네."

  "남편이 나이가 많아? 원인이 뭐래?"

  "저보다 5살 많아요. 원인은 인스턴트식품 과다 섭취, 운동 부족, 환경적인 영향 등이 아닐까요?"

  "헐...... 정자가 없는데, 어떻게 착상이 돼? 애초에 불가능한 임신이잖아!"

  "그러게요. 이 지경이 되니, 결혼한 것조차 후회가 돼요."

  "왜 그리 성급하게 결혼했어?"

  "분위기에 휩싸여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여자가 30살쯤 되면, 슬슬 불안해지잖아요. 남편과 제가 둘 다 맏이라서, 양가 부모님이 서두르신 이유도 있고요. 휴, 이제 신세 한탄 그만할래요. 이제, 언니 얘기도 듣고 싶어요."

  "그럼, 난 언제쯤 정착할 수 있을까? 30살은 이미 예전에 지났는데."

  박하의 얼굴이 그늘졌다.

  "언니, 결혼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저를 보세요. 불행하잖아요."

  "넌 기혼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 아이 키우는 엄마들도 아마 똑같이 말할걸?"

  "맞아요. 자녀가 있는 게 꼭 좋지만은 않다고 하겠죠. 다들 고충이 있어요. 언니는 요새 만나는 사람 없어요?"

  "음...... 관심 가는 상대가 있기는 해."

  "그것 봐요! 인연은 언제, 어디서 만날지 아무도 몰라요. 잘 골라 보세요!"

  "고르기만 하다가, 할머니 되겠다."

  "상대는 몇 살이에요?"

  "26세."

  "네? 8살 연하?(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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