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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by 슈히

'내가 방금, 뭐 들은 거지? 헐, 지금 제정신인가?'

박하는 내심 당황했지만,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먹을 들었다.

"죽고 싶어요? 내가 본인 물건 크기 물어보면, 기분 좋아요? 은마 님, 얘가 저 성희롱해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은마는 발걸음을 멈췄다. 뒤돌아 일행들을 돌아봤다.

"너, 진짜 신체에 말 못 할 결함 있는 거 맞지?"

박하는 잔뜩 성이 나서, 반말이 튀어나왔다.

"시력 빼곤 정상이에요!"

"그럼, 바지 벗어 봐!"

"네? 진짜 벗어요?"

댕댕은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은마는 멀찌감치 서서 그들의 모습을 그저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그들은 별일 없었다는 듯이 계속 걸었다.

"은마 형, 키 크시네요."

댕댕이 은마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댕댕 님은 키 몇이에요?"

남자들의 첫 대화였다.

"저는 180cm요. 형은요?"

"제가 2cm 더 크네요."

"우와, 둘 다 우월한 기럭지! 멋지다!"

뒤따라 걷던 박하가 감탄하며, 칭찬했다. 그러자, 댕댕이 박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누나는 다리가 짧아서 그런지, 느리네요! 큭큭."

"나, 절대 작은 키 아니거든? 보통이야! 나, 비율 좋다는 말 많이 들어!"

"네네, 알겠어용~"

박하는 발끈하며 소리쳤으나, 댕댕의 태도는 여유가 넘쳤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박하는 말했다.

"잠깐, 앉아서 쉬었다 가요!"

남자들은 승용차에 막 타려던 참이었다. 박하는 정자 벤치에 앉아 배낭을 열었다. 물병을 꺼내 꿀꺽꿀꺽 생수를 들이켰다. 댕댕이 한마디했다.

"어! 급하게 물 마시면 코로나! 올(코로 나올) 수도......"

"노잼이니까, 너도 물이나 마셔!"

박하는 댕댕의 말장난을 알아차렸으나, 언짢은 나머지 호응하지 않았다.

정오, 산책을 종료했다.

"이제, 점심 먹으러 이동!"

차를 타고, 인근 돈가스 맛집을 찾았다. 한 씨 식당이라는 곳이었다. 박하는 식당에 들어서기 전부터 어리둥절했다.

'어, 식당에 간판도 없어? 그럼, 사람들은 대체 여길 어떻게 알고 오는 거람?'

"어서 오세요! 예약하셨죠?"

가게 주인이 인사했다.

"네, 오후 1시로 예약했어요."

"예정보다 일찍 오셨네요. 최대한 빨리 식사 준비해 드릴게요."

"네."

박하는 댕댕과 나란히 앉았고, 은마와 마주 봤다.

"손 좀 씻고 올게요."

잠시 후, 박하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런데, 댕댕이 보이지 않았다.

"댕댕은요?"

"화장실 갔어요."

은마가 대답했다.

"화장실이 남녀 한 칸씩 뿐이네요."

몇 분이 흘렀다. 댕댕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하는 의문이 들었다.

"댕댕, 화장실 간 거 맞아요?"

"네, 좀 오래 걸리네요. 나도 화장실 가고 싶은데......"

은마의 인내심이 한계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잠시 후, 댕댕이 저벅저벅 걸어왔다.

"화장실에서 왜 그리 오래 있어?"

박하가 물었다.

"똥 쌌어요!"

댕댕이 당당히 대답했다.

"과연, 별명 값 제대로 하는구나. 똥강아지!"

은마도 화장실에 다녀왔고, 식사는 곧 제공됐다. 말수 없고 조용한 은마가 입을 열었다.

"맛집이라더니, 과연 진짜 맛있네요! 제가 가본 돈가스 맛집 중에 여기가 제일 훌륭해요."

"그래요? 난 잘 모르겠는데......"

박하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한편, 댕댕은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털어 넣고 있었다.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25살은 다 너처럼 먹니? 씹지도 않고 막 삼키네."

식사를 마치고, 박하가 계산했다.

"각자 송금 부탁해요. 여기 계좌번호요."

"네, 송금 완료요."

식당을 나서는데, 댕댕이 제안했다.

"가까운 카페에 가서, 후식 먹는 거 어때요?"

"너, 배 안 불러?"

박하가 댕댕을 흘겨봤다. 그렇게 게걸스럽게 먹고, 뭘 또 먹느냐는 눈치였다.

"전 찬성이요!"

은마가 재청했다.

"그래요. 그럼, 카페 가요."

박하의 양 옆으로 두 남자가 나란히 섰다. 박하는 댕댕의 야윈 몸을 보자, 순간 호기심이 일었다.

"댕댕, 바지 허리 치수 몇 입어?"

어디서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댕댕의 허리는 여느 여자 보다 더 가는 것 같았다.

"메롱, 안 알려 줄 거예요!"

댕댕은 혀를 쏙 내밀며, 박하를 놀렸다.

"흥, 비싸게 굴긴...... 너, 너무 말랐어!"

"저 멸치 아니에요! 다 근육이라구욧!"

그의 반응을 보니, 박하는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다.

"이리 와 봐!"

그녀는 댕댕의 얇은 허리를 와락 낚아챘다.

"이야, 진짜네? 잔근육이 느껴져! 어머나~ 난 너한테 절대 멸치라고 한 적 없다! 껄껄."

박하는 여태 자신에게 짓궂게 굴었던 댕댕에게 복수라도 하듯, 저만치 도망치듯 달아났다. 댕댕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말도 못 했다. 붉게 물든 그의 뺨을 보자, 박하는 쾌감을 느꼈다.

'풉! 이럴 줄은 몰랐지? 순백의 도화지 같네. 막 더럽히고 싶은걸?'

그들은 카페에 들어섰다.

"여긴 각자 계산하죠."

박하가 말했다.

"캐러멜 마끼아또 주세요."

댕댕이 주문했다. 박하의 시선은 그의 지갑에 머물렀다.

"헉, 현금을 왜 그리 많이 들고 다녀? 지갑 터지겠다!"

지갑은 매우 낡았으나, 현금이 빼곡히 차 있었다.

'엄청 낡은 지갑이네...... 돈이 저렇게 많은데, 왜 새 지갑을 안 산담......?'

박하의 관심은 온통 댕댕에게 쏠려 있었다. 관찰하면 할수록, 흥미로웠다. 처음 보는 부류의 사람이어서 신기했다.

주문한 음료가 곧 나왔다. 박하는 씨익 웃으며, 사진을 찍더니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단체 대화방에 사진 올렸어. '댕댕과 데이트♡'"

별 대화 없이 차를 홀짝이고, 일어났다. 이렇게 일정을 마치고, 귀가했다. 댕댕이 질문했다.

"누나, 운전한 지 얼마나 됐어요?"

"나? 4년. 왜?"

"운전을 잘 못해서요."

"뭐시라? 다음번엔 네가 운전해!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자!"

빨간색 신호등 앞에서 박하는 정차했다. 댕댕은 조용했다. 박하는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바라봤다. 댕댕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를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어라, 귀엽잖아?'

그리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기회로군! 낄낄낄.'

박하는 상체를 한껏 비틀어 댕댕을 향해 촬영했다. 해산 후 몇 시간이 흐른 뒤, 박하는 댕댕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티격태격했던 감정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저녁이었다.

"도촬!"

박하의 연락을 받은 댕댕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약이 올라서, 펄쩍펄쩍 뛰었다.

"이게 뭐예요? 너무해요!"

"푸하하하하하! 뭐가 너무해? 마스크 써서, 네 얼굴 다 가려졌잖아!"

박하는 아까 댕댕에게 받은 수모를 갚기나 하듯이, 통쾌하게 웃었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의 그녀는 이렇듯 복수에 성공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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