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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Mar 05. 2024

좋은 유저인터뷰란 무엇일까?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터뷰 요령에 관하여


온라인 교보문고를 켜고 [유저 인터뷰]라고 검색해 보세요.


UX 분야의 대가들이 수백쪽에 걸쳐 다양한 인터뷰의 사례와 기법을 세세하게 정리해 둔 교과서가 여러권 나옵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한권씩 차분히 읽고 독후감도 써보며 소화시키면 좋을겁니다. 하지만 이런 교과서형 지식은 실무PM이 현실 업무로 들고오기 어렵습니다.


실무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습니다. 1. 회사는 유저 인터뷰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2. 그렇다고 시스템 잘 갖춰져 있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대상자 섭외부터 인터뷰 정리까지 내가 PM이 해야합니다.) 3. 인터뷰 대상자가 협조적이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4. 인터뷰 정리를 동료들이 경청하는 것도 드문일입니다.


그래서 실전적인 인터뷰 요령이 필요합니다. UX교과서에 나오는 선언문, 정제된 그래픽보다 ‘진짜 날것 그대로 오늘 당장 써먹을 요령’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PM 실무자로 일하며 배운 점을 인터뷰의 1) 시작 전, 2) 진행 중, 3) 마친 후 3단계에 걸쳐 정리해보았습니다.




1. 시작 전


1. 인터뷰의 시작은 가설


인터뷰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PM은 시작할 때 몸부터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이번 인터뷰는 왜 하는가', '나는 무엇을 알고 싶은가'처럼 뿌리 깊은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데서 시작합니다. 가설 수립이라고도 합니다. 알고 싶은 사실을 1) 예와 2) 아니오 답할 수 있는 문장으로 써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의 PM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비 오는 날 배달 라이더들의 출근 시간이 줄어든다’는 현상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분석한 뒤 이를 개선하고 싶습니다. 배달 현장의 라이더들을 만나기 전 어떤 가설을 세워볼 수 있을까요?



배달 라이더들은 비가 오면
 
(1) 쿠팡과 배민을 동시에 배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
(2) 경쟁사의 프로모션으로 옮겨갈 것이다.
(3) 점심, 저녁 시간만 집중적으로 근무할 것이다.

처럼 논리적인 추론은 가능하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문장을 씁니다.


아래와 같은 문장은 가설이 아닙니다.

(1) 비가 올 때 배달원의 업무 행태를 분석한다.
(2) 비가 올 때 배달원의 심리 상태를 확인한다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없는 문장입니다. 알고자 하는 바가 두루뭉술하면 상세한 질문을 쓰기도, 결과를 정리하기도 어렵습니다. 결론부터 명확하게 선언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가설이 있다면 인터뷰에서 알게 된 점을 '이건 YES고 이건 NO입니다'라며 동료들에게 명료하게 설명하는 게 가능합니다.


'가설을 미리 정해놓고 인터뷰를 하면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은 전부 놓칠 것 같아요'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과도한 걱정입니다. 그물도 없이 맨손으로 바다에 가는 어부가 그물을 만들어서 출항하는 어부에게 '그물을 쓰면 조그만 고기는 다 놓칠걸? 쯧쯧' 하고 훈계하는 꼴과 같습니다. 투박하고 거친 가설일지라도 미리 방향을 고민해 본 PM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2. 대상자 섭외하기


인터뷰 환경이 잘 갖춰진 기업은 PM이 대상자를 직접 찾지 않아도 됩니다. 가설만 생각하면 리서치팀에서 1) 대상자, 2) 시간, 3) 장소까지 전부 섭외해 줍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PM은 이렇게 시스템이 없는 환경에서 일합니다. 때문에 대상자를 효과적으로 섭외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입니다.



섭외는 크게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첫째, 후보집단을 추립니다. 간단한 SQL 쿼리를 통해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천명까지 후보 명단을 뽑아냅니다. 예를 들어 비오는 날 배달 라이더들의 행태를 물어보고 싶다면, 최소한 우천 시 근무를 해본 사람 위주로 뽑아야 할 겁니다. 대상자가 모두 똑같은 집단이 되지 않도록 연령, 지역, 성별, 사용량 등 조건을 분화하는 것도 좋습니다.


둘째, 설문을 보냅니다. 아주 쉬운 설문으로 합니다. 가설에 대해 짧은 질문만 담습니다. 앞서 쿠팡이츠 배달 라이더 사례를 보면 1) 쿠팡만 배달하시나요? 다른 플랫폼도 같이 이용하시나요? 2) 배민의 프로모션에 참여해본적 있으신가요? 3) 출퇴근 시간이 어떻게 되시나요? 정도만 물어봐도 충분합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4) 추가적인 인터뷰에 동의하시나요? 를 물어봅니다.


셋째, 추가 인터뷰에 동의한 사람을 대상으로 섭외 전화를 돌립니다. 이미 인터뷰에 동의한 분들과 진행하기 때문에 금방 끝납니다. 앞선 과정이 없다면 인터뷰 설명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높은 확률로 거절당합니다. PM이 힘든 전화를 반복하면 본능적으로 인터뷰를 싫어하게 됩니다. 인터뷰는 아침운동과 같아서 한두번 싫어지게 되면 꾸준히 안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인터뷰를 하고 싶은 환경부터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질문지 만들기


가설이 인터뷰의 뼈대라면 질문지는 인터뷰의 살입니다. 가설이 꼼꼼하면 질문지 작성은 30분 안에도 끝납니다. 질문지는 크게는 2파트로 구성합니다. 1. 하나는 인적사항 (데모그라피) 2. 다른 하나는 가설 검증입니다.


1. 우선 ‘인적사항’ 질문부터 작성합니다.

지금 앞에 앉아계신 인터뷰 대상자가

1) 누구신지?
2) 어디에 사시는지?
3) 언제부터 (제품을) 사용하고 계신지?
4) 얼마나 (제품을) 사용하고 계신지?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물어봅니다.


인적사항 질문지에는 2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대상자의 분류입니다.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답변의 1) 신뢰감과 2) 무게감이 달라집니다. 대상자의 아우라를 인터뷰 초반에 알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따라오는 질문을 적절하게 추가 또는 삭제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친밀감(라포) 형성입니다. 아무리 사교성이 좋은 PM이라도 최초 인터뷰는 굉장히 어색합니다. 이럴때 ‘누구세요?’보다 좋은 주제가 없습니다.


인적사항 질문지을 마쳤다면 2. 가설 검증 질문지로 넘어갑니다.


하나의 가설을 여러 관점으로 나누어 꼼꼼히 물어봅니다. 앞선 예시로든 '쿠팡과 배민을 동시에 배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 가설을 검증하고 싶다면,

1. 평상시 배달하는 패턴이 있나요?
2. 어떤 플랫폼을 중심으로 배달하세요?
3. 왜 그렇게 행동하시나요?
4. 비가 오면 행동이 달라지나요?
5. 왜 달라지나요?

처럼 가설을 다각적으로 쪼개서 질문합니다. 가설 4-5개만 검증하려 해도 질문은 충분합니다.



4. 인터뷰 전 검증하기


인터뷰 전 마지막 단계는 검증입니다.


첫 번째는 동료 검증입니다. 근처 동료를 붙들고 커피 마시러 가자고 부릅니다. 그리고 1) 이제 인터뷰를 할 건데, 2) 거기서 확인하려는 가설은 뭐고, 3) 검증을 위해 이런 질문을 할 거다. 4) 어떻게 대답할래? 하며 물어봅니다. 동료가 꼼꼼히 들었다면 '여기는 이상하네, 저기는 부실하네'같은 소리를 해 줄겁니다. 1시간 만에 만든 질문지에는 놓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동료의 코멘트를 종합하여 질문지를 정교하게 다듬습니다. 15분 정도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아, 맞다! 이거 물어봤어야 했는데!' 하는 패착을 확연히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동료 검증 후에는 자기 검증을 합니다. 최초 작성 다음날 질문지를 소리 내어 읽어보며 중얼중얼 연극처럼 따라해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더하기보다 빼기입니다. 뻔하고 당연한 질문을 걷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쿠팡이츠 사례에서도 질문지를 처음 만들면 ‘비가 오면 왜 다들 출근을 안 할까요?처럼 당연한 질문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은 참가자가 들으면 당황합니다. 인터뷰의 흐름을 끊고 전문성이 손상됩니다. 소중한 인터뷰 기회를 살리기 위해 검증 과정을 꼭 거칩니다.




2. 진행중



1. 정중하게 소개하기


PM은 인터뷰에 시간을 내준 참가자를 최대한 존중해야 합니다. 인터뷰 참가자가 불안할 만한 상황은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존중은 소개에서 시작됩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가량의 인터뷰가 어떤 순서로 진행될 거라는 걸 참가자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인터뷰 공간 화이트보드에 목차를 큼직하게 써둡니다.


1. 인터뷰 소개 (5분)
2. 인적사항 질문 (20분)
3. 제품 사용 방식 질문 (20분)
4. 개선 방향 공유 (20분)
5. 아이디어 제안 (10분)

위 처럼 시간도 개략적으로 알려줍니다.


말로 풀어보면

안녕하세요! 선생님,
앞으로 60분 정도 인터뷰를 진행할게요.
여기 보이시는 대로
1) 선생님의 기본적인 정보 여쭙고,
2) 저희 제품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지,
3) 저희가 개선해보려는 방향은 어떠신지
4) 저희에게 제안하실 아이디어 있는지
순서대로 여쭤보겠습니다.”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면 됩니다.


목차는 인터뷰가 옆길로 새는 것을 막아줍니다. 가끔 업무적인 대화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본인 얘기에 심취하곤 합니다. 대상자의 넑두리는 듣고 있으면 인터뷰 시간이 싹 사라지고 체력만 고갈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연령대가 있는 분들, 혹은 직업적으로 대화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인터뷰하면 난처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럴 때는 “선생님 죄송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던 순서 있잖아요. 제가 다른 내용도 충분히 여쭤보고 싶어서요! (화이트보드를 가리키며) 혹시 다음 질문드려도 괜찮을까요?” 라고 하면서 슬그머니 제자리를 찾아가야 합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구조를 설명해주면 보통 자기 이야기를 중단하고 큰 흐름을 따라갑니다.




2. 깊이있게 파고들기


인터뷰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구체적일 거냐'는 건데요. 2가지를 기억하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 추가 질문을 의식적으로 계속합니다.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처럼 파고드는 질문입니다. 인터뷰의 대상자들은 대개 대화 상대방(PM)에게 짧은 시간 안에 확실한 인사이트를 주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맥락을 삭제하고 강조합니다.


이런 마음 때문에 기획자가 가장 알고 싶은 진짜 현실이 편집될 수 있습니다. PM이 맥락을 끌어내주어야 합니다. 인터뷰 대상자분들께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아주 자세한 이야기’ 라는 걸 계속해서 강조해야 주어야 합니다. 최초에는 단답식으로만 나오던 대답이 점점 사례형으로, 감정을 섞어가며 나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상자가 구체적인 답을 주는 것을 계속 어려워 한다면 질문을 틀어봅니다. 1. 예시를 한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2. 구체적으로 %로 표현하면 어느 정도일까요? 처럼 묻습니다. 인터뷰의 하이라이트 답변은 처음 던지는 질문보다, 추가 질문에서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겉핥기식 질문만 해놓고 답변의 깊이가 얕다고 불평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습니다.


둘째, 종이와 펜을 준비합니다. 대상자의 답변을 듣다 보면 내가 그것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형상을 머릿속에 담아두지 말고 직접 종이에 그려 참가자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생각하는 바를 직접 그려달라고 부탁합니다.


예를 들어 배달파트너가 배달 동선을 이야기한다면 지도 모양을 슥 그려 놓고, '이렇게 동그랗게 배달하신다는 말이죠?', ’이런 경우는 동선을 어떻게 짜세요?' 와 같이 종이로 소통합니다.

 

이런 종이랑 펜하나 준비해두면됩니다.


이렇게 하면

1. 시각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얻고
2. 오해의 여지를 원천 차단하며
3. 인터뷰에 구성에 활기를 부여하고,
4. 정리 시 참조하기도 좋습니다.


3. 중간에 정돈하기


인터뷰 중간 사용하면 정말 좋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그럼 제가 정리해볼 테니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우리는 준비된 인터뷰어입니다. 하지만 대상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질문은 논리적이더라도 대답이 파편적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인터뷰가 모두 종료된 뒤, 1시간 넘게 쏟아진 답변을 부스러기부터 모으면 뉘앙스나, 맥락은 날아가 버리기 일쑤입니다. 중간 정리가 큰 도움이 됩니다.


참가자의 답변을 들은 후, 내용을 즉석에서 정리하여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되묻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PM의 중간 정리가 생각보다 높은 확률로 참가자의 의도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대개 참가자는 ‘아뇨, 그게 아니라' 혹은 ’아 그것도 맞는데요.'라는 문장으로 새로운 내용을 부연합니다. 1. PM은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고, 2. 즉석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으며 3. 인터뷰를 잘못 해석하는 오류에서도 벗어나게 됩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요리 중간에도 설거지를 틈틈이 합니다. 좋은 인터뷰도 똑같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4. 포기하기, 아니다 싶으면


인터뷰가 늘 계획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똑같은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질문마다 삐그덕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인터뷰는 시간을 쓸수록 손해입니다. 인터뷰에 적합하지 않은 대상자는 첫 5분만 지나도 알 수 있습니다. 1. 대개 방어적인 태도를 고집하고, 2. 인터뷰어의 의도만 캐내려하며, 3. 불평이 많은 분들입니다. 이런 분과 인터뷰를 끝까지 진행하면 PM의 체력과 정신력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PM은 한 명만 상대하지 않습니다. 정신력의 한계도 정해져있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끝내는 게 양쪽 모두에게 좋습니다. 중간에 인터뷰를 끊을 때는 '답변을 깔끔하게 해 주셔서 인터뷰가 빨리 끝날것 같다'라던지 '이미 여러가지 말씀 잘해주셔서 뒤에 질문들은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식으로 차근차근 종료해 나가면 됩니다. 특히 시니어 PM이 잘 정리해 주어야 주니어들의 시간이 절약됩니다.


대상자를 잘 추렸다고 하더라도 경험 상 5명 중에 1명은 이런 경우가 생깁니다. 아예 인터뷰 인원을 넉넉하게 잡고 곤란한 대상자분들은 서둘러 마무리합니다. PM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합니다. 눈앞에서 장황하게 말하는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지만 PM은 심리상담사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3. 진행 후


1.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정리를


정리시간입니다. '이걸 왜 정리하는가'부터 떠올립니다. 가끔 인터뷰 '정리'에만 2-3일씩 열정을 쏟아가면서 논문을 쓰는 PM들이 있습니다. 1) 프로젝트 기간이 넉넉하거나 2) UX 리서치가 본업이라면 정형화된 문서를 작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용 서비스를 맡아서 매일 아침 지표까지 챙겨야 하는 PM이 이렇게 시간을 쓸 수는 없습니다.


‘빠른 시간에 핵심만’ 짚어내어 2시간이면 정리를 마쳐야 합니다. 인터뷰의 목적은 인사이트의 발굴이지만 인터뷰 정리의 목적은 '함께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을 PM만큼 이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대상이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들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예쁘게 정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예쁜건 사용자만 보면 됩니다.


인터뷰 정리는 5단계로 나눕니다.


1단계 : 인터뷰 개요를 설명합니다.


1) 누구와 (who)
2) 언제 (when)
3) 어디서 (where)
4) 무슨 목적에서 (why)
5) 무엇에 관하여 (what)
6) 어떤 순서로 (how)

진행했는지 1줄로 씁니다.


예를 들어

1. 배달원 6인과
2. 2022년 4월 1일 - 5일
3.  본사 건물 20층 인터뷰실에서
4. 우천 시 기능 기획 목적으로
5. 우천 시 배달원 업무 행태에 관하여
6. 인적사항, 가설 검증, 시안 테스트 순으로 진행함

이라고 하면 쉽습니다.


2단계 : 공유의 목적을 설명합니다.


공유를 듣고 나면 동료들이 어떤 가설을 확인할 수 있는지 짚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쿠팡이츠 예로 들면

'오늘 공유를 들으시는 분들은
1) 비가 올 때 배달원의 교차 사용성,
2) 비가 올 때 배달원의 프로모션 반응도
3) 비가 올 때 배달원의 출퇴근 패턴을
정확히 알고 설명하실 수 있습니다’

하면서 공유를 시작합니다.


목적은 적게는 2번, 많으면 3번까지도 말해도 됩니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공유를 듣는 사람들이 '아 오늘 저거만 알면되는구나'하고 인터뷰 내용을 꼼꼼하게 듣습니다.


3단계 : 질문과 답변을 공유합니다.


인터뷰 대상자 별로 남긴 답변과 답변을 종합한 한 줄 요약을 순서대로 전달합니다. 1. 답변은 최대한 있는 그대로, 2. 종합은 최대한 간결하게 씁니다. 인터뷰 질문은 적게는 20개에서 많게는 50개까지 있기 때문에 이 내용만 잘 정리해도 충분히 알찬 공유가 됩니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응답자들의 공통 답변, 인사이트가 있는 특이 답변 순서대로 전달합니다.


4단계 : 여정을 그립니다.


수집한 정보를 메타(meta)화 합니다. 인터뷰 참가자들의 답변을 종합하여 '일반화'된 그림을 그립니다. 이때 시간이 허락한다면 유저 저니 맵(Journey Map) 같은 시각적인 도구를 쓰는 것도 좋습니다. 사람은 글보다 그림을 잘 기억합니다. 우리가 얻어낸 정보를 글에서 그림으로 바꾸고 공유받는 사람들이 '한 개의 형상'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시


5단계 : 공유의 목적에 답합니다.


수미상관입니다. 앞서 2단계에서 공유의 목적을 '설명'했습니다. 목적에 하나씩 답을 달아줍니다. 마지막이니만큼 2번, 3번 강조하는 것도 좋습니다.




2. 여담도 놓치지 않습니다.


중심 내용 정리가 끝나면 여담은 따로 적어둡니다. 여담은 말 그대로 ‘남은 대화’입니다. 꼭 필요한 말은 아닌 지나가며 나왔던 얘기죠. 보통 10 문장 정도를 적습니다. 여담은 1. 라포 형성 단계에서 떠들던 잡담, 2. 인터뷰 대상자가 회사에 물어본 질문, 3. 인터뷰 대상자의 복장, 모습, 방문 시각 처럼 언어적, 비언어적 정보를 모두 포함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10분 정도만 적으면 됩니다.


동료들을 웃길 수 있는 유머를 한다 생각하고 위트 있게 적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1) 오토바이 헬맷을 쓰고 오신 분 있었음 2) 대부분 인터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음 3) 선물로 드린 기념품 정말 좋아하셨음 4) 마지막에 오신 분은 CTO랑 말투 똑같음 같은 내용도 됩니다. 단순한 흥미의 목적도 있지만 ‘인터뷰의 감'을 전달하기 위해 씁니다.


현장 PM은 인터뷰 맥락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전달만 받는 타직군은 현장의 분위기를 모릅니다. 여담을 언급하면 인터뷰가 어떤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는지 추론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잘 진행된 인터뷰일수록 여담이 많습니다. 사용자의 진솔한 목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가설에서 생각지 못한 것을 여담을 통해 듣습니다.



3. 인사이트 반영 계획 세우기


마지막 단계입니다.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덕트 반영 계획을 세웁니다. '인터뷰는 일이지만 일은 아니다’ 라는 알쏭달쏭한 말이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얻는 내용을 실제 활용할 때 의미있는 일이 된다는 뜻입니다. PM은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프로덕트의 개선 방향을 제시합니다.


쿠팡이츠 사례로 생각해 보면 '우천 시 배달원의 근무 행동'을 파악한 후 현장의 목소리를 잘 녹여 앞으로, 1) 날씨에 따른 가격 로직 개선 2) 경쟁 플랫폼 대비 배정 방식 변경 3) 출퇴근 푸시 정책 변경처럼 현실적인 업무를 제안합니다. 내용을 공유한 뒤 모든 구성원들이 논리적으로 '시장이 원하는 방향은 이쪽이구나’ '우리가 나아갈 목표가 저기구나'를 납득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인터뷰 공유입니다.






마치며


프로덕트를 만들 때 인터뷰 작업은 음식에서 기본 육수를 내는 과정과 같습니다. 


1) 초기 단계에서 작은 노력이 결과물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는 점, 2) 해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는 점, 3) 전체 업무를 어우러지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PM이 잡무에 파묻히다 보면 인터뷰에서 차차 멀어질 수 있지만 완전히 등을 돌려서는 절대 안 됩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처럼 함께 일하는 다른 직군의 전문가들은 우리 PM이 1) 시장과 2) 참여자를 세상 제일 잘 아는 사람이길 기대합니다. 설령 빈틈없는 모습을 보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다른 직군은 PM이 제시하는 방향에 훨씬 믿음을 가지고 일할 수 있습니다.


PM은 동료들에게 좋은 등대가 될 수 있도록 인터뷰의 바다에 자주 나가야합니다. 큰 고깃배를 몰고 대대적으로 나가려 하지 말고 손그물이라도 잽싸게 챙겨서 그때그때 시장에 푹 젖어 돌아오면 됩니다. 고객과 자주 만나 훌륭한 인사이트를 낚아올수록 제품도 튼튼해지고 조직도 건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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