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의 정의와 책의 목차 구성에 관하여
프로덕트 매니저(PM)는 논쟁적인 직무입니다.
‘얼마나 논쟁적인데?’하면 아직 이름도 통일되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비슷한 역할을 누구는 프로덕트 매니저(PM)라고 부르고, 누구는 프로덕트 오너(PO)라고 부르며, 또 다른 누구는 서비스 기획자(Service Planner)라고도 합니다. 한술 더해 사람마다 생각하는 PM의 업무 영역이나 책임 범위도 천차만별이라 ‘이것이 PM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데는 큰 용기가 필요할 정도입니다.
그런 와중에 업계 사람 대부분이 합의한 지점이라면 제품을 관리한다(Product Managing)는 조금 두루뭉술한 표현 하나 뿐입니다. 같은 이유에서 글로벌하게도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라는 이름이 가장 널리 퍼져있습니다.
실질적으로 PM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하는 사람일까요? IT 문화가 이제 전통처럼 지긋하게 자리 잡은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내놓은 답변부터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전세계 고객들의 삶을 더 낫게, 더 즐겁게, 더 단순하게 하는 디지털 제품을 만듭니다. 이들은 새로운 제품 니즈를 찾는데서 출발하여, 시장의 경쟁 구도를 고민하고, 초기 프로토타입을 제작합니다. 또한 제품의 명확한 전략과 비전을 수립하고, 설득력 있는 비즈니스 사례를 제시하며, 사용자들과 함께 이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갑니다. 이들은 기술 및 UX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며 제품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We build digital products that improve, entertain or simplify the lives of our product users around the world. This is an exciting space. It all starts as we discover a new product need, consider market dynamics, and build early prototypes. We set a clear product strategy and vision, we iterate with our users, and define compelling business cases. We work with technology and UX partners to bring a product t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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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말하는 PM의 정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이커머스 생태계를 만든 회사는 ‘프로덕트 매니저란 무엇인가’를 채용 페이지에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놓습니다. IT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조차 위 설명을 읽어 보면 PM이 하는 업무에 대해 개략적으로 그려볼 수 있을만큼 말이죠.
그렇다면 아마존 외 미국의 다른 IT공룡들은 프로덕트 매니저를 뭐라고 정의하고 있을까요? 구글과 MS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구글 : 프로덕트 매니저는 전략 기획에서 시작해 개발 및 런칭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합니다. 이들은 엔지니어링과 비즈니스의 가교 역할을 하며 우리 제품의 미래를 설계합니다.
(Architect the future of our products by bridging engineering and business as you manage a product's full lifecycle, from strategic planning to development and la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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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 프로덕트 매니저는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합의를 이끌어 내고 개발 과정을 주도합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기술, 혹은 사업 분야에서 자신의 배경을 활용하여 제품의 정의는 물론, 개발, 배포, 종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획 과정에 걸쳐 기능을 정의하고 비전을 달성해 나갑니다.
(Product Managers (PMs) drive development and build consensus throughout the entire product lifecycle. PMs typically apply their background in technology and business domains to define features and achieve product vision from product definition and planning through development, release, and end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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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업의 정의는 아마존의 것보다 확실히 단순합니다. 하지만 아마존보다 조금 더 강조하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협업입니다. 구글은 가교(bridg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MS는 합의(consensus)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습니다. 두 기업이 기대하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이란 협업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관점을 약간만 틀어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구글, MS, 아마존처럼 IT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 아니라, 특정 산업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은 최강자들의 사례를 살펴 보겠습니다. 아래는 우버와 넷플릭스가 정의하는 프로덕트 매니저입니다.
우버 : (프로덕트 매니저는) 도시 모빌리티의 미래 비전을 창조하며, 고객을 깊이있게 이해함으로써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사람들의 이동 니즈에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We create the vision for the future of urban mobility, deeply understanding our customers to solve their transportation needs with innovative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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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프로덕트 매니저(팀)는 회원과 비회원이 서비스에서 만질 수 있는 모든것을 담당합니다. PM은 우리 회원들을 즐겁게 하려는 목표를 두고, 참신하고 개인화된 (관련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더불어 다양한 디바이스 생태계를 개선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The Product Management team is responsible for anything a non-member or member touches when they come to the service. This team aims to improve the experiences across the diverse device ecosystem with the goal of delighting our members by offering an amazing, personalized experience that will allow them to discover relevant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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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와 넷플릭스는 PM의 역할로 '고객 이해'를 강조합니다. 때문에 앞선 3개 기업과는 달리 고객(customer, member)단어 자체에 집중합니다. 이들 회사에게 PM이란, 우버의 경우 모빌리티 영역에서,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 영역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밑바닥까지 샅샅이 이해하고 새로운 경험을 앞장서서 제시하는 사람인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태평양 건너 대한민국의 PM을 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IT기업들은 미국 기업들과는 달리 PM의 정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 기업들의 경우 “{Company Name} Product Manager”라고만 검색하면 각 회사만의 철학이 줄줄 나오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아직 그렇지는 않거든요.
다만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IT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정도가 PM에 대해 각자의 한줄 정의는 가지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서비스 기획자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네이버 : (Product Manager는) 사용자, 사업자, 창작자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앞서 발굴하여 다양한 서비스로 연결합니다. 전략적인 분석과 사용자에 대한 집요한 이해를 바탕으로 프로덕트를 기획하며 지속적으로 고도화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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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 서비스 기획자는 카카오톡 기반, (중략) 카카오 생태계 내 유저향의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합니다. 현존하는 서비스 외에도 활발하게 신규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수립합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합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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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업 역시 큰 맥락에서는 해외 기업들의 PM 정의와 일맥상통합니다.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면 쇼핑과 콘텐츠에 강한 네이버가 고객으로 사업자와 창작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 채팅앱을 지배하고 있는 카카오가 생태계와 전국민을 강조한 점 정도겠네요.
이처럼 미국과 한국 내 여러 회사들이 정의하는 PM의 본질에는 큰 흐름이 있습니다. 세부 사항은 제각각이지만 밑바닥에 깔린 생각은 비슷하다는 의미입니다.
종합하자면 이들에게 PM이란 1. 고객과 시장, 2. 비전와 전략, 3. 직군 간 협업, 4. 프로덕트 라이프사이클 총 4가지 키워드로 압축됩니다. 키워드를 문장으로 다시 한번 정의해보자면, PM은
1.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이해하여 문제를 정의하고,
2. 제품의 비전과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한 뒤,
3. 사업, 디자인, 기술 직군의 동료들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4. 이 모든 과정을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되풀이하여 제품을 성장시키는 사람
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 글은 좋은 프로덕트 매니저란 무엇일까 고민합니다.
앞서 정리한 4가지 핵심 요소를 수월하게 처리하여 결과적으로 동료들에게 ‘프로덕트의 대표자’라고 존중받을 정도로 신망받는 PM이 되는 길을 찾습니다. 앞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4가지 핵심 업무를 파트 별로 나누어, 때로는 멀찍이서 때로는 코앞에서 PM의 업무를 들여다 보는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글을 파트 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첫번째 파트는 [고객과 시장의 이해]입니다.
현장조사, 유저인터뷰, 저니맵 작성에 대해 다룹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고객을 만나 시장에서 뒹굴고, 주요 데이터를 싹싹 긁어모아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1~6 Pager 로 정리하여 동료들에게 전달합니다. 이들은 고객과 시장에서 보고 들은 것을 조직 내부에 끊임없이 떠드는 역할을 합니다.
두번째 파트는 [비전 수립과 전략 제시]입니다.
상위 기획문서 작성법, 상세 기획문서 작성법, 유저스토리 작성 요령에 대해 다룹니다. PM은 고객과 시장을 이해한 뒤 제품과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다양한 레벨에서 제안합니다. 최상위 단계부터 실무 레벨까지 PM이 작성하는 문서의 예시를 보여줍니다.
세번째 파트는 [직군 간 협업]입니다.
직군간 협업은 여러 직군과의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설명합니다. 사업 또는 세일즈 팀과의 협업에서 출발하여 디자인, 개발, QA, CX팀과 소통하는 원칙과 팁에 대해 다룹니다. 더불어 리더십 원칙과 일정 관리 팁에 대해서도 다루겠습니다.
네번째 파트는 [제품 생애주기]입니다.
배포, 장애대처, 회고에 대해 다룹니다. PM에게 런칭이란 ‘제작의 끝’보다는 ‘운영의 시작’입니다. 제품을 세상에 내놓은 뒤 어떤 과정을 거쳐 정착시키는지 상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위 4개의 파트를 모두 다룬 뒤에는 실무팁과 채용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실무팁으로는 제품을 1) 망가트리는 어뷰저를 상대하는 방법, 2) 급한 장애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3) 간단한 요구사항을 빠르게 쳐내는 방법 등 PM이 준비운동처럼 매일 하는 맞닥뜨리는 일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채용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1) 레쥬메 작성법, 2) 포트폴리오 작성법, 3) 주요 면접 방식, 4) 면접관들의 뇌구조, 5) 기본적인 업무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커리어 전체에 걸쳐 적게는 2-3번 많게는 5-6번까지 이직을 경험하기에 늘 채용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좋은 프로덕트 매니저의 소양은 고정되어있지 않습니다. 산업마다, 조직마다, 상황마다 PM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모빌리티 영역에서는 다른 산업보다 소위 ‘현장감’이라고 하는 속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택시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자라면 직접 택시도 운행해 보아야 하고, 대리운전 서비스를 담당한다면 대리기사로 새벽 운전을 해봐야합니다. 하지만 커머스, 콘텐츠, 금융 도메인의 기획자라면 현장감보다는 꼼꼼함처럼 다른 속성들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 브런치북은 제가 생각하는 좋은 프로덕트 매니저로 가는 하나의 풀이입니다. 당연히 모든 상황에 맞아들어가지는 않습니다. 한명의 실무 PM이 생각하는 ‘좋은 프로덕트 매니저’를 확인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PM은 무엇인지’ 천천히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읽는 사람 각자가 머릿속에서 자신만의의 정의로 ‘좋은 프로덕트 매니저’를 탄생시킬 수 있다면 이 브런치북이 그 역할을 다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