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을 이어온 이 자리 2026년에도 함께 합니다.
처음 이 거리에 발을 들였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사람보다 바람이 먼저 지나가던 거리,
문을 닫은 상점 앞에 햇빛만 덩그러니 머물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프리마켓을 열겠다고 했을 때,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했고 누군가는 조용히 웃었다.
“프리마켓을 한다고요? 와우! 나도 그런 거 해보고 싶었는데..”
그 질문이, 나를 15년 동안 한 자리에 있게 만들었다.
프리마켓을 운영한 지 15년.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나는 단 한 가지 약속을 지켜왔다.
토요일마다, 사람들을 기다리는 일.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도 있었고
바람이 천막을 흔들던 날도 있었으며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토요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번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마켓의 문을 열었다.
처음엔 몇 개의 테이블뿐이었다.
수공예 액세서리, 손글씨 엽서, 직접 만든 소품. 뜨게, 쿠기..
조심스럽게 꺼내 놓은 물건들처럼
셀러들의 마음도 모두 조금씩 떨고 있었다.
“팔릴까요?”
“아무도 안 오면 어쩌죠?”
그 질문들 앞에서
나도 확신 있게 대답하지는 못했다.
다만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오늘은 안 팔려도 괜찮아요.
오늘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이 거리가 기억하게 만들면 돼요.”
신기하게도, 그 말은 늘 맞았다.
한 주, 또 한 주가 쌓이면서
썰렁하던 거리는 조금씩 숨을 쉬기 시작했다.
토요일이 되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웃었고
누군가는 커피를 들고 오래 머물렀다.
어느새 이 거리는
‘토요일에 가야 하는 곳’이 되었고
지금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핫 플레이스’라 불린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진짜 변화는
숫자나 유행이 아니다.
처음 참가했던 셀러가
몇 년 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돌아왔을 때,
마켓에서 처음 손님을 만났다는 작가가
지금은 당당한 이름으로 불릴 때,
“여기서 시작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박수를 친다.
프리마켓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첫 용기를 꺼내는 장소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놓는 연습장이며
누군가에게는 ‘나도 할 수 있구나’를 처음 믿게 되는 공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켓을 연다.
잘 될 거라는 확신보다는
계속해도 괜찮다는 믿음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프리마켓 참가를 망설이고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처음부터 잘할 필요는 없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당신의 이야기를 들고 그 자리에 서 보는 일이다.
15년 전의 나도 그랬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지만
토요일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토요일들이 모여
지금의 이 거리와,
이 마켓과,
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었다.
다음 토요일,
이 거리에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지금은 겨울이다.
프리마켓은 방학 중이다.
토요일의 분주함 대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건 끝이 아니라 준비라는 걸.
2026년에도 이 마켓은 계속 열린다.
다시 3월이 오면
우리는 또 토요일에 만날 것이다.
천막이 펼쳐지고
테이블 위에 각자의 이야기가 놓이고
처음인 얼굴과
반가운 얼굴이 섞여
다시 하나의 풍경이 된다.
프리마켓은 늘 그렇게 시작된다.
“잘 팔릴까요?”
“괜찮아요 안 팔려도 ㅋ 재미있잖아요
지금은 겨울이라 잠시 멈춰 있지만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작은 브랜드,
손으로 만든 물건,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프리마켓에서 다 풀어보자.
잘 준비된 사람보다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을 기다린다.
2026년의 토요일도
나는 같은 마음으로
같은 자리에서 마켓을 열 것이다.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조금 떨리는 시작이 되도록,
다시 오는 사람에게는
돌아올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 지금 셀러 접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