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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페세 Jan 02. 2021

명절 단체 메시지란 무엇인가

명절에 단체 문자를 보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보내며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문자 메시지와 메신저 톡을 받았다.
심지어 디지털 연하장이며 메시지 카드들도 아무런 부연 사연 없이 날아들었다.
또다시 연말이구나 하는 생각 말고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메시지들이 메신저함에 차곡차곡 쌓였다.


매년 속지만, 이번에도 혹시나 하여 몇 군데 감격 어린(?) 감사의 답신을 보내 보았다.
거의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 흔한 눈웃음 갈매기 한 마리 날아오지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나는 올해 또 실망했다. 

누구한테 보냈는지도 모를 대량 메시지를 그대로부터 나는 받은 것이다.


메시지 수신자는 어느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지인 연합'이었을 게 뻔하다.
선거철이면 뻔질나게 발송되는 후보자들의 공약 문자나 다름없는.


철이 되면 사람들은 왜 이런 단체 메신저를 서로에게 대량 발송하는 것인가?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강박인가... 아니면 습관인가.
설마 상대방이 자기만을 위해 보낸 특별한 인사일 줄 착각할 거라고 착각하는 것일까.


솔직히 말하면 그런 메시지를 받으면 조금 언짢아진다.
의례적인 인사문자일 뿐인데 뭘 그렇게 심각히 생각하냐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례적인 인사이기에 나는 더욱 마음이 상한다.
똑같이 써서 복사하고 붙이기를 반복해서 보내온 문자가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관계에 어떤 아름다운 윤활을 더할 것인가.
미안하지만 그것은 그냥 전파낭비, 문자 쓰레기이다.


그나마 앞에, 내 이름을 넣거나 직함을 넣는 정도의 성의가 있다면 좀 낫긴 하다.
나머지 글자는 복붙을 하더라도 이름을 쓰는 그 순간에는 내 생각을 한번 떠올릴 테니까.


다짜고짜 세상의 온갖 복을 비는 미사여구로 점철된 공통 인사 메시지를 받으면 식당 광고전단을 받아 든 기분이 든다.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아주머니가 안 됐어서 받긴 했지만 휴지통이 없어 주머니에 구겨 넣어야 하는.


내 기분을 기준으로 감히 조언하자면, 단체 안부 문자는 보내지 않는 게 좋다.
꼭 인사를 전해야 한다면 전화를 하시라.
전화가 어렵다면 문자를 보내되, 짧더라도 개인화된 안부 메시지를 쓰시라.
일일이 다 쓰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둘과의 관계에 얽힌 사유 하나만이라도 언급하시라.
이도 저도 어렵다면, 복사한 인사말 앞에 상대 이름이나 직함이라도 적으시라.


그런 수고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단체 메시지의 의미는 이렇다.

"저에게 당신이란 존재는 세상의 많고 많은 지인 중에 한 사람입니다.
그걸 굳이 알려드리려고 이 메시지를 보낸답니다. 그러니 그런 줄 아세요."


** 말하는 김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어딘가에서 받았음직한 명언 카드나 연하장 이미지 파일들 좀 그만 돌렸으면 한다. 정말 없어 보인다. '아무개야 건강해라' 정도의 간단한 타이핑도 못하는 사이라면 실은 아무 관계도 아닌 것이다. 차라리 (나처럼) 굳이 보내지 않으면 상대방이 그런 관계임을 확인할 여지가 없으니 적어도 관계에 손상을 입을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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