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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피 Dec 22. 2023

커피로 살아남기

나는 왜 서울에 올라왔는가

서울에 올라온지 벌써 5개월째다.


늦은 밤 잠에 들기위해 침대에 몸을 기댔을 때 문득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어쩌다 서울까지 오게 됐지"


결과만 놓고 보자니 뭔가모를 뿌듯한 느낌과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무언가 목표를 가지고 올라온 것이라는 점에서 실행력은 좋았지만 특히 올해 안정적이지 않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 점을 되새겨보니 급한 마음이 있었나 싶기도 했다.


'나는 왜 서울에 올라왔는가'

어쩌면 이 질문이 나의 의구심을 단번에 해결해 줄 열쇠일 것이다.


저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는 잠시 작년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 


(2022.1 세종시)

대학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아무런 이유없이 집 앞 카페에 정직원으로 취업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마 취업계를 활용해 대학을 졸업하기 위함이 컸다.

그 시작의 뜻은 다르더라도 결과적으로 나의 인생에 변환점을 갖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커피'는 나에게 그저 벼락치기용(잠을 깨기위한) 음료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커피에는 전혀 관심없던 나에게도 카페에서 일해보는 것만큼은 조금 관심이 있었다.

하나의 로망..? 그래서 수많은 일들 중 카페를 골라 지원했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커피가 아닌 내가 일하는 태도, 능력, 가치관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너무 하찮았다. 일머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하찮게 느린 손, 기어가는 목소리 내가 봐도 나는 오래 일하기는 글렀었다.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른시기에 카페 사장님은 누군가에게 작별인사하기 좋아 보이는 노을 빛 서린 테이블로 나를 불렀다. 그리고 해고를 위한 큰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연했고 이해했다. 그때 나는 부채감 가득한 웃음을 짓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웃음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사장님의 마지막 한마디는 해고를 위한 것이 아닌 다른 큰그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지점에 가서 배워 올 생각이 있어요?"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표정이었다. 아마 내가 집 앞을 두고 멀리까지 가서 배울 의지는 기대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나는 그때 나의 심정을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정말 생각없이 대답했다. 그 대답은 거짓말 보태지 않고 1초도 되지않았다.


"네"

짧고 간결했다. 그땐 아무 감정없이 대답했지만 지금의 난 그 대답이 하늘이 만들어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난 그 기회를 생각없이 잡았고 그게 운명이라면 운명일 것이다.


그렇게 1년 하고도 4개월을 더 일했다. 


아무것도 없던지라 너무나 많은 것을 얻어나왔다. 

그것들 중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 자신감 그리고 목표였다.


나에게 어떤 전문성이라는 것이 꽃 피기 시작한 시기라고 생각했으며 그것은 내 내면 어딘가에

커다란 자신감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 전문성을 계속해서 키워나가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서울에 올라가게 된 이유다.



(2023 서울)


서울은 사람이 많다. 사람이 많으니 소리가 많아지고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소통의 질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나의 전문성을 키울 수많은 커뮤니티가 존재했다. 하나하나 그 공동체에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활동과 경험의 교류로 나는 내 분야의 다양한 면을 관찰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도 내가 목표하는 것의 모양이 단단히 잡혀가는 듯 싶다가도 되려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것을 즐겼다. 


나는 젊고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배울 것이 산더미다.


이 세가지가 있다면 적어도 서울에 올라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서울에 올라온 것이 9월이니 지금 이 글을 적는 순간이 5개월 차다.

사실 올라온 바로 다음 날 카페 한 곳에 취직해 출근을 시작했고 3개월 차에 그만두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가치관의 카페와 거리가 먼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그곳에서도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나의 '커피로 살아남기' 콘텐츠는 서울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커피 문화를 기록 할 생각이다.

이미 카페 한 곳에서 일 한 경험이 있는 관계로 그 카페에서 느낀 다양한 경험을 다음 편에 기록해보고 다음 편부터는 다음에 취업 할 카페와 그 외에 다양한 커피 문화를 천천히 기록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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