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때문에 커피숍(카페)을 드나든 지 삼 년 정도 됐다. 작가 선정을 위한 글을 썼고, 요즘은 행복하기 위한 글을 쓴다. 아직은 쓰고 나서 행복하지 못할 때가 더 많지만. 유명하다 해서 먼 카페도 가봤는데, 역시 가까운 데가 최고다. 동네 카페 서너 곳을 번갈아 다닌다. 이제 거의 정착 단계.
작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카페는 40대 초중반의 여사장님이 운영한다. 말 그대로 동네 카페고 밤에서 간단한 주류도 파는 펍이 된다. 무엇으로 시작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사장님과의 첫 대화는 고양이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고양이 간식을 자주 받았다. 이젠 공장에 드나드는 길냥이(암컷) 중성화 수술까지 주선을 해주신다. 시청에서 주관한다지만 사장님 본인 부담도 있다던데 한사코 금액을 알려주지 않는다. 지난주에 한 마리 수술했고, 다음 달쯤 남은 한 녀석 수술도 해 주신단다. 이런 감사할 데가.... 지난주에 수술한 고양이를 데리러 카페에 갔을 때, 길냥이들 보살펴 줘서 고맙다고 한다. 감사해야 하는 건 난데. 이 분 성품이려니 했다. 따뜻하고 고맙다.
한 곳은 꽤 넓은 커피숍이다. 2층도 있고 테라스도 있다. 주말엔 이른 오전에 카페에 가기도 한다. 오늘도 주차를 하고 뒷좌석 문을 열어 백팩을 꺼내 드는데 '안녕하세요~'하는 밝은 목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가씨다. 이런 인사를 몇 번 받았기에 익숙하게 2층을 올려다봤다. 어라. 안 보이는데? 테라스 쪽 바닥 청소를 하다가 내가 주차하는 것을 본 모양이다. 내가 자기를 못 찾는 듯 하자, 팔을 크게 흔든다. '곧 내려가서 주문받을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큰 거죠?' 한다. '예~맞아요, 또 혼자 청소합니까?' 했다. 쨍한 가을 햇살 같은 태도를 지닌 아가씨다. 기분이 청량하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과 이어폰을 연결하고 음악을 틀었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도 했다. 편곡한 노래가 들린다. 원곡보다 나은데? 작은 카페의 여사장님과 오늘 앉은 큰 카페의 아가씨 태도를 생각했다. 성격이 태도를 결정하기도 하고 태도가 성격을 바꾸기도 한다. 타고났을 수도, 획득했을 수도 있다. 주어진 업무, 찾아낸 일을 수행하는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그것이 명운을 건 결정이거나 청소라도 마찬가지다.
편곡은 음악의 형식을 바꾸고 악기 배치를 바꿔서 연주 효과를 달리 하는 일이라 한다. 삶의 태도가 편곡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생이라는 원곡을 받아서 각자 편곡을 한다. 누구는 트롯으로, 누구는 EDM으로 바꾼다.
인생은 우승자를 찾는 오디션이 아니다. 태도가 운명을 만들겠지만 백 명이 백 개의 다른 운명을 만들 뿐.
기분 좋은 태도를 지닌 사람과 조우하는 일은 항상 즐겁다. 나도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올라온다. 기온은 적당하고 햇살은 찬란하다. 카페 앞길을 잠시 서성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