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뇌에는 검은 호문쿨루스 homunculus라는, 자신의 몸을 표현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얼굴을 알아보는 영역이 있고 색을 알아보는 영역이 있듯이, 자기 몸과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영역이 있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마이클 머츠니크 Michael Merzenich 교수는 우리 뇌의 호문쿨루스가 경험에 따라 확장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자신에 대한 경험이 많아지면 정체성이 비대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왜소해진다는 발견이었습니다.
- < 메타버스 사피엔스, 김대식 > 중에서
모든 영장류와 대부분의 포유류는 ‘결정적 시기 critical period’라고 불리는 매우 특별한 발달 기간을 가집니다. 동물마다 이 시기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오리의 경우에는 태어난 다음부터 고작 몇 시간까지, 고양이의 경우에는 약 4주에서 8주까지가 결정적 시기입니다. 한편 원숭이는 태어난 뒤 1년까지, 인간은 10년에서 12년까지로 알려져 있지요.
결정적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이 시기에 뇌가 경험한 것에 따라 뇌의 하드웨어 대부분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자주 발생하는 경험에 사용되는 시냅스는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시냅스는 약해지거나 사라집니다. 이러한 결정적 시기를 발견한 공로로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인 콘라트 로렌츠 Konrad Lorenz는 1973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지요.
- < 메타버스 사피엔스, 김대식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