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는 요새 행복하나?' 최근에 가까운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밥 자리, 술자리, 안부 통화를 하다가 툭 던진다. 내 짧은 질문에 대한 반응이 저렇다. 그 뒤에 따라 나오는 말은 대개 외롭다, 허무하다, 불안하다 같은 내용이다.
새벽에 깰 때가 있다. 3시 언저리일 때가 많다. 일 걱정이 불안을 낳고 불안이 기억 서랍 속에서 비슷한 옛날 일을 불러낸다. 그런 날은 다시 잠들기 힘들 만큼 회한에 휩싸여 잘못 산 것 같은 무거운 느낌으로 아침을 맞는다. 이른 아침에 앞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등이 꼽꼽할 만큼의 땀이 배어날 때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그래도 힘내야지, 이렇게 저렇게 하면 잘 될 거야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은유 작가의 말대로다. 글쓰기만 그런 게 아니라 사는 게 그렇다.
하루는 반성문을 쓰고 다음 날 계획표 쓰는 게 인생이랬나 - < 쓰기의 말들, 은유 지음 > 중에서
나만 이럴까? 그럴 리가 없다. 안다. 사람 마음 비슷하니까. 그래도 친구들을 만나면 물어본다. 행복하냐고. 궁금증도 있지만, 나만 그렇지는 않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목적도 섞였다. 그리고 푸념을 듣는다.
오래 본 친구들이라 입학과 졸업, 입대와 제대, 결혼, 취업, 아이 돌잔치까지 다 봤다. 지금은 머리가 희끗하고 배도 뽈록하지만, 친구들의 환했던 청춘의 얼굴도 기억하고 무수한 꿈을 소주잔에 부어 건배하던 시절도 기억한다. 사설을 듣다가 그런 옛 기억이 떠오르면, 너 지금 괜찮다고 말해준다. 잘 살았고 잘 살고 있다는 말도 해준다. 최선이었고 최선이잖아 하면, 그제야 얼굴을 펴며 나 고생했다고 말을 잇는 친구들. 큰 부자가 되지 못했고, 유명인이 되지 못했고,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어도 열심히 산 친구들이다. 측은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얘들아. 수고했고 잘하고 있다. 내가 보았고 나라도 기억한다. 라이킷!❤
작은 개인사업은 평가와 측정을 사장 혼자 하는 수밖에 없다. 내게 손뼉 쳐 주고 싶은 날보다 쥐어박고 싶은 날이 많다. 결과로 자기 평가를 해야 하기에 불안하고, 결과로 자기 증명을 해야 하니 초조하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은 안갯속을 걷는 것 같다. 이정표도 없고 갤러리도 없다. 지금 잘하고 있어요, 그 방향이 맞아요, 이런 결과가 기다리고 있으니 힘내세요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왜 지천명에도 아직 이러고 사는가, 또 잘못되면 어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헛 산 것 같은 허무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맹렬히 차오른다. 그래도 더듬더듬, 뚜벅뚜벅 홀로 가야 한다.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면 라이킷이 하나 둘 달린다. 숫자는 편차가 크다. 어떤 글은 스무 개를 넘기고, 내 성에 차지 않는데도 올린 글은 표가 나는지 열 개도 못 채운다. 허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즉각적인 반응이 고맙다. 읽어주니까. 응원(?) 해 주니까. 골방에서 혼자 끄적이고 서랍에 보관하며 긴 글을 쓰는 것보다는 훨씬 힘이 난다.
행복하냐는 질문에 쓴웃음과 욕을 하던 친구들도 내 작은 위안과 응원에 얼굴이 펴지듯, 새벽을 짓누르던 뿌연 불안은 글 하나 써서 올리고 받는 소소한 반응으로 상쇄시킨다.
의지할 데 없이 혼자 끌고 가는 일이 씨줄이라면, 몇 사람이라도 읽어주고 라이킷과 댓글을 달아주는 브런치는 날줄 같다. 올해는 일과 글로 작은 천 한 조각이라도 예쁘게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