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ime to think who I am
학생들과 얘기하다 보면 취업에 급급한 나머지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방향을 모른 채 질주하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
고등학교 때 수능을 본 후 내 점수로 갈 수 있는 제일 좋은 학교(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학교)를 찾아서 지원해본다.
이과였으니까 이과 관련된 전공 중 하나 선택해서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도 내 성적에 맞는 학교 중에 가장 좋은 학교로 왔으니 크게 나쁘진 않은 것 같다.
1학년 한해를 다니다 보니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선택한 전공을 공부하면 취업이 잘 될지 살짝 고민이다.
취업을 위해서는 부전공이나 복수 전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취업이 잘되는 학과로 전과를 할까…..
그래도 좀 더 학교 이름이 알려진 곳으로 편입하면 좀 더 취업에 유리하겠지?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해보지만 정작 중요한 것,
'나'가 빠져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보다는 취업이 잘 되는 학과, 전망이 좋은 학과를 찾는다.
여기서 취업이 잘 되는 것, 그리고 전망이 좋은 학과는 내 기준이 아니라 어른들, 언론, 또는 어른들과 언론에서 떠도는 말을 들은 친구들의 기준이다.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 내가 해볼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본다.
부전공을 신청해보기도 하고
복수전공을 신청해보기도 하고
그동안의 성적이 좋거나 용기가 있다면 전과를 시도해보기도 한다.
학교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편입을 하거나 또는
반수를 통해 시험을 다시 봐서 탈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 모든 시도들이 무언가를 하려는 것에 대한 노력에는 박수를 쳐줄 수 있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역시나
'나'가 빠져있다.
그렇게 3학년, 4학년….
취업할 때가 되니까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주위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남들이 다 하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걷는 길을 따라간다.
돈 벌어서 먹고 살아야 되니까….
현실이 이런 거지 뭐….
과연 현실이란 무엇일까?
회사에 취직한 많은 직장인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생각 중에 하나가 바로 '퇴근하고 싶다'이다.
출근하지도 않았지만 퇴근을 열망한다.
퇴근해서 마땅히 할 것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퇴근하고 싶다.
출근도 하기 전에 말이다.
출근하기도 전에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좋아하는 퇴근을 하기 위해서는 출근을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출근한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출근했건만, 하루 8시간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
일도 재미없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그다지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
가까워지면 왠지 나에게 일만 더 떠넘길 것 같다.
일도 하기 귀찮고 역시나 빨리 퇴근해야겠다는 생각만 떠오를 뿐….
남들도 다 이렇게 살겠지?
이런 게 인생이겠지 뭐…
어른은 원래 힘든 거니까….
내가 이런 걸 하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다른 회사나 알아봐야겠다.
다른 회사를 가면 괜찮을까?
아마도 다른 회사 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가 빠져 있다면 말이다.
고3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좀 더 깊이 고민해봤더라면….
전과를 하려고 할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생각해봤더라면….
부전공을 선택할 때 나의 흥미를 더 생각해봤더라면….
복수 전공을 고려할 때 내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것을 생각해봤더라면….
편입할 때 학교보다 내가 관심 있는 학과를 고려해봤더라면….
선택의 어느 한순간이라도 남들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은 후 나에 대해서 더 생각해봤다면 어땠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
나는 어떤 것을 할 때 행복을 느끼지?
나는 어떤 것을 잘하지?
내가 잘하는 것들을 통해서 어떻게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이런 것이 없어도 돈만 벌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고민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는 돈, 회사 말고 어떤 것들을 생각해봐야 할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뭐지?
지금 생각하지 않으면 이런 고민을 안 했다는 같은 이유로 나중에 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고3 이전에 고민을 안 하고 미루면,
대학교 1, 2학년 때 전과, 편입, 부전공, 복수전공을 고민하게 되고
대학교 1, 2학년 때 고민을 안 하고 미루면,
4학년 때 취업을 준비하면서 또 고민하게 된다.
회사에 취업하면 더 이상 고민이 없을 것 같지만,
회사에 가면 이직이나 창업을 고민하게 된다.
당연히 이직이나 창업을 고민할 때도 '나'를 빼놓는다면
삶에 대한 무기력함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자.
아직까지 '나'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면, 지금이 바로 기회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고민해놓지 않고 미루면,
항상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올 때마다 끌려다니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내 인생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고민하기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고민해보면 좋겠다.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는 것이 좋을까요?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는 것이 좋을까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고 답변도 다양하게 나오지만,
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는 것이 좋을까요?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는 것이 좋을까요?'
에 대한 답변으로 잘하는 것으로 직업을 가지세요, 또는 좋아하는 것으로 직업을 가지세요 라고 딱 정해서 말해준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 또는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 나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
누구도 내 인생을 살아주지도 책임져주지도 않는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내가 져야 한다.
더 이상 숙제를 미루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