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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gooni Dec 29. 2020

한겨울 따뜻한 물을 위한 기다림

한겨울 아침에 세수를 하기 위해 수도꼭지를 열면 분명히 온수를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차갑기만 하다. 


차가운 물로 바로 세수를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온수가 나올 것을 알기에 우리는 따뜻한 물을 잠잠히 기다린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수도관 속에서 밤새 차갑던 물이 흘러나가고 비로소 모락모락 김이나는 따뜻한 물을 만날 수 있다. 


이렇듯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온수를 제대로 틀었다면 그리고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차가운 물이 다 빠져나온 후 반드시 따뜻한 물이 흘러나온다. 


만약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찬물이 계속 나온다면 내가 따뜻한 물을 튼 것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아니라면 따뜻한 물을 다시 틀면 된다. 


만약 따뜻한 물을 틀은 것이 맞다면 보일러가 제대로 동작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확인해 봤는데 보일러가 고장 났다면?  오늘 하루 시원하게 찬물로 씻는 것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떤가? 


오늘 하루 찬물로 씻는다고 해서 별일이 생기지는 않는다. 


혹시나 큰일이 생길 것 같아서 찬물로 못 씻겠다면 하루쯤은 안 씻고 나가도 그렇게 큰일이 생기지는 않는다. 


안 씻고 나가는 게 찝찝하거나 창피하다면 우리에겐 가까운 지하철역 화장실도 있다. 


지하철역 화장실까지만 갈 수 있다면 따뜻한 물을 만날 수 있다. 



살다 보면 한겨울 수도관 속에서 바로 나온 차가운 물처럼 만나고 싶지 않은 일을 만나기도 한다. 


당연히 찬물 정도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은 언제든지 벌어지기 마련이다. 


시험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시험 날짜가 다가오거나 취업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힘들게 취업을 했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직장 상사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사업에 실패하여 어려운 일을 겪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코로나19와 같이 전 세계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한겨울 수도관 속에 있던 물처럼 차갑기만 한 어려움, 그러나 지금까지 힘들었던 일들이 지나간 시간과 함께 사라졌듯이 지금 겪고 있는 차가움, 힘듦 또한 지나갈 것을 믿는다면 그 차가운 물이 다 흘러나갈 때까지 잠잠히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기다리는 시간이 견디기 어렵고 그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오래갈 수도 있지만, 항상 그렇듯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며,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힘든 시간이 지나갈 때도 있다. 


드물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봐도 어려움 속에 처할 수도 있지만,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처럼 우리 주위에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문제 한가운데 있으면 차가운 물에 계속 손을 대고 있는 것처럼 고통스럽기만 하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여 하나씩 하나씩 해보면 어떨까? 


혹시나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 볼 수도 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하나씩 해결하면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따뜻한 물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짧은 순간 차갑게 느껴지던 물도 더 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따뜻한 봄이 우리에게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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