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하루 끝에 고갤 떨구고 아침이면 다시 다짐하는 것이다.
너희 담임도 사람인지라 완벽하지 못해서
가끔은 슬픈 날도 아픈 날도 날도 있으나
그래도 너희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를 먼저 걸겠다고
너희를 부모처럼 사랑해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남의 집 귀한 자식인 너희를 더 조심조심 대하겠노라고
25번째 똑같은 질문을 받고 지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것이 너의 첫 번째 질문임을 잊지 않고 다시 한번 웃으며 답해보겠다고
하루를 보내고 교문을 나서는데, 그래도 뭔가 더 잘해주지 못한 게 걸려 고갤 떨구다가
아침이면 다시 다짐하는 것이다. 너희 담임이 오늘 한번 잘해보겠다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3학년 담임을 했을 때였다. 늘 하던 고학년 아이들이 말이 잘 통해서 좋았다면, 3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이라면 무조건 좋다고 하는 귀여움과 에너지로 넘쳐났다. 다만 한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아직 12살 언니 오빠들보다는 2살이 어린 열 살이라서, 조금은 더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 만난 날 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안내를 해주며 쉬는 시간이 되면 잊지 말고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안내했다. 쉬는 시간 동안 친구들과 노느라 화장실 가는 걸 잊는 아이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업시간에도 말하고 다녀올 수 있고, 너무 급하면 말하지 않고 얼른 다녀와도 된다고 안내해주었다. 그리고 둘째 날 셋째 날 그리고 매일매일,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을 가도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자기들끼리 어울리기도, 대번에 선생님에게 달려오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지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 한마디 칭찬을 해 주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 떠들고 나면 꼭 아이들은 '선생님 화장실 가도 돼요?'라고 묻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럼~ 쉬는 시간이니까 다녀와도 되지~'한다.
그걸 일 년을 했다.
어쩌면 내 역량이 부족해 아이들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못한 건지도, 혹은 아이들이 그저 말버릇처럼 내게 물은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수업시간이 아닌 시간에 '화장실 가도 돼요'라고 묻는 질문들 받아본 건 정말 오랜만이라 처음엔 귀여웠고, 정말 매일 같은 질문을 받다 보니 왜 자꾸 똑같은 걸 묻는 걸까 지치는 생각이 들기도 해 두고두고 그 질문이 기억에 남았다. 수업시간에 한 창의적이거나 색다른 질문이 아니라 '화장실 가도 돼요'가 자꾸 떠오르다니.
그것도 유럽까지 와서 그 질문이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쩌면 그 질문 때문이 아니라 내색하지 않았으나 마음속으로 왜 자꾸 같은 걸 묻나 하는 생각을 했던 나 자신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일 지도 모른다. 너흴 보며 좋은 말, 좋은 생각만 하며 웃어주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지치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서.
교사도 사람인지라, 완벽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오늘 너흴 위해 최선을 다 해 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