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촤- 하고 세차게 들리는 날엔
"아 축축 처진다"라는 98%의 볼멘소리와 2%의 "좋다"라는 반응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후자에 속하는 나는 다수의 목소리에 반하기 싫어 마음속으로만 격하게 비를 반긴다.
"왔구나"
"어서 와 덕분에 시원하구나"
가만히 창밖을 보며 구경하고픈 마음에 한달음에 창가에 다가간다. 집 앞 공터의 풀잎도 건조했던 아스팔트 바닥도 촉촉이 젖는다. 텁텁했던 먼지가 다 가라앉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쩌면,
세상의 시름, 걱정거리를 잠시 잠깐 씻겨 내려줘서 그리고 잊게 해줘서인가보다
경적소리, 공사 소리가 모두 멈춰지고 빗소리가 세상을 덮어, 온전히 빗소리로만 내 귀를 가득 채울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가끔은 쉬어가라고 풀냄새를 맡아보라고 오나보다, 비가. 세차게 오늘도..
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