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sbesos Nov 20. 2019

길 끝 골목길

코 끝이 시렵다.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도에도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이렇게 슬슬 추워지기 시작할 때면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다.


김을 모락모락 내며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붕어빵,

그리고 우 켜지던 우리 집 보일러.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붕어빵은 언제나 특유한 노릇한 향과 색감으로 나를 유혹했다. 이 맛있는 냄새는 붕어빵 아주머니가 보이기 훨씬 전부터 내 코를 파고들었고 내 눈은 그때부터 길 끝 코너에 꽂히기 시작했다. "탁 툭" 배테랑 아주머니의 붕어빵 굽기 실력은 정말 수준급이 었으며 그것만 쳐다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지그시 응시하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척 하지만 이미 먹고 싶어 아쉬움이 남은 내 고개는 흠씻 흠씩 뒤를 쳐다보는 날이 참으로 많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파란 붕어빵 천막을 뒤로하고 코너를 도는 순간, 아주머니가 날 불렀다.

"학생, 이거 하나 먹고 가"

"네? 가... 감사합니다"


앗 이게 무슨 횡재인가 내가 너를 맛보다니!

이산가족을 만난 것처럼 반갑게 뜨거운 붕어빵을 호호 불며 꼬리부터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지성이면 감천인 건가? 나를 향한 붕어빵의 마음을 아주머니가 알아주신 거다. 찌나 맛있던지 팥에서 연기가 펄펄 나는데도 혀가 데는지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때 그 시절 그 붕어빵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어쩌면,

그건 한 겨울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 골목을 채우던 아주머니의 경쾌한 연주, 그리고 그 노릇노릇한 내음이 만들어낸 3박자의 화음이 만들어낸 천상의 맛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많이 볼 수 없는 붕어빵 마차가 참으로 그리워지는 2019년 겨울의 첫마디에서 아주머니께 너무나 맛있는 인생 붕어빵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있는 붕어빵. 꼭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먹어보고 싶다. 호호 냠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