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어제 오즈칸이 타고 나갔던 통통배를 타고 낚시를 나갔다. 어제는 분명 배가 작아서 둘이 탈 수 없다고 했는데 그새 배가 자라기라도 한 건지 같이 낚시를 가자는 녀석. 하룻밤 새 내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하하. 그런데 정말 둘이 타도 괜찮을까 싶은 크기의 배는 조금만 엉덩이를 들썩여도 휘청거렸다. 이에 불안한 마음으로 여차하면 물에 빠져 수영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몸을 가벼이하고 승선했다.
낚시 방법은 간단했다. 오즈칸과 나는 갈고리가 매달린 기다란 낚싯줄을 각자 한 줄씩 손가락에 건다. 그리고 배의 모터를 켜고 이리저리 수면 위를 유영하는 것. 그것이 다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배를 타고 바다를 누비는 쾌감과 풍경도 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미끼도 없이 덜렁 갈고리 하나로 고기를 낚으려 하다니. 날강도와 같은 오즈칸의 낚시법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할 무렵 묵직한 기운이 내 손을 당겼다.
난 서둘러 “Stop!”하고 외쳤다. 그러자 오즈칸은 재빨리 배의 시동을 끄고 내가 고기를 낚아 올리길 기다렸다. 줄을 어느 정도 당기자 은빛의 물고기가 수면 위에서 찰랑찰랑거리는 게 꽤 큰놈이었다. 물고기의 모습과 힘에 나의 흥분은 끝을 모르고 치솟았고, 오만 호들갑을 떨어가며 줄을 당겼다. 그렇게 보트 바로 밑까지 줄을 당겼을 때 녀석은 필사의 탈출에 성공했다.
“아…….”
아쉬워하는 내 옆에서 오즈칸은 살짝 화가 나 있었다. 조금 전 호들갑을 떨던 나를 흉내 내며 “오우! 아우! 오와! 하며 시끄럽게 하니까 그렇지! 줄만 빨리빨리 당겼어야지!”라며 내게 핀잔을 주는 오즈칸. 그저 레저활동이라고 여겼던 나와는 달리 예민하게 구는 그의 모습에 슬쩍 눈치가 보였다. 그리고 오즈칸이 다시 배를 출발하려 모터에 시동을 거는 순간 낚싯줄이 모터에 꼬여버렸다.
Oh, My God! 엎친 데 덮친 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상황변화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제 오즈칸은 인내심이 끊어진 듯 격분하며 모터에 끼인 낚싯줄을 자르고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모터는 돌아가지 않고 계속되는 시도에도 배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즈칸의 생계 수단인 배가 고장 났으니 화가 날 만도 하겠다 싶었고, 난 육지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보며 배에 처음 오르며 했던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심장이 쪼그라드는 초조한 시간이 흐르다가 “부르릉~”하며 시동이 걸렸다. 그제야 조금 인상이 펴진 오즈칸.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바람을 맞으며 배를 몰았다.
나는 슬쩍 “화났어?”하고 물었고, 오즈칸은 단호하게 “No!”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튀르키예어로 뭐라뭐라 궁시렁대는데 누가 봐도 화가 난 듯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내 손에 입질이 왔다. 난 또다시 스톱을 외쳤고 오즈칸도 재빨리 배의 시동을 껐다. 그리고 난 이번엔 오즈칸에게 줄을 넘기며 직접 당기라고 했다. 오즈칸은 정말 말 한마디 없이 오직 줄을 당기기 위해 태어난 사내처럼 반복운동을 했고 드디어 첫 낚시에 성공했다.
오즈칸은 물고기를 들어 올리곤 “이야~ 크다!”라며 내 어 깨를 두드렸다. 드디어 되찾은 오즈칸의 웃음과 함께 나의 마음도 편안해졌으며, 수영은 안 해도 되겠단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내게 입질이 왔고 이번에도 역시 오즈칸에게 줄을 인계해 당기게 했다. 이후 오즈칸도 손바닥만한 물고기 하나를 잡았지만 내 낚싯줄에 걸린 두 마리와 비교하면 입가심용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직접 끌어올리지는 못한 절반의 낚시였지만 오즈칸과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느낌이랄까? 후후.
그렇게 두 시간여의 낚시를 마치고 어제와처럼 생선을 맛있게 구워온 오즈칸. 빵, 간단한 샐러드와 함께 아침을 먹고 나니 어느덧 또다시 걸어야 할 시간이 됐다. 슬슬 짐을 챙기고 이제 떠나야겠다 말하자 하루 더 묵고 가라는 오즈칸. 세상 어디에도 이런 곳은 없을 거라며 유혹하는 그의 말에 잠시 혹했지만, 왠지 지금 떠나야 할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매일매일 걸어야 하는 사명감. 하루 더 주저앉는 순간 이 길을 완주할 동력이 끊어질 것 같았기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즈칸과 아이퐈에게 인사를 건넸다. 자신은 항상 이곳에 있을 것이니 언제든 찾아오라는 오즈칸. 함께 맥주를 마시며 바라봤던 별똥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과연 그는 지금도 그곳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