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 길은 어디에

by 서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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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을 때 불안과 초조함을 느낀다. 해가 뉘엿뉘엿 하늘이 점차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며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을 때 나는 그 절경에 감탄하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공이 흔들리며 어서 빨리 잘 곳을 찾아야 한다는 걱정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리키안 웨이가 힘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길의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다음 마을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그곳에 숙소는 있는지, 안전과 생존에 직결된 문제를 매일매일 걱정해야 했기에 해의 기운이 약해지면 반대로 나의 불안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을 키우는 건 바로 험난하고도 친절하지 않은 리키안 웨이의 길 그 자체였다.


리키안 웨이의 표식은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명확한 방향을 지시하는 화살표도 아니며, 오랜 시간 보수를 하지 않은듯 뚜렷하지 않은 표식은 산길에서 명확한 안내자가 되어주질 못했다. 그저 나아가는 방향으로 이쪽이겠거니 하며 걷다가 “어라? 표식이 너무 안 나오는데?” 싶어 이전에 표식을 봤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최대한 길의 흔적을 찾으며 방향을 재정의하고 나아간다. 그렇게 조금 가다 보면 다시 표식이 나오곤 했다. 심할 때는 30분 가까이 표식 하나를 찾으려 주위를 배회할 때도 있었고 길을 되돌아 가거나 헤매는 일은 일상이었다.


이로 인해 길은 더욱 길어 졌으며 정신적 피로도 배가 됐다. 리키안 웨이를 걷고자 처음 마음먹었을 때만 하더라도 당연하게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코스를 상상했다. 잘 닦인 길에, 중간중간 마을 구경을 하며 마음에 드는 곳에서 숙식을 하는 길.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 리키안 웨이는 그런 관광지화된 길이 아닌, 야생의 길이었다. 게다가 미미한 정보와 나의 부족한 준비력과 아이템의 조합은 ‘여행’을 ‘모험’의 레벨로 업그레이드하기에 충분했다.


당시의 나는 데이터 사용은 안 되는 휴대폰 공기계만을 가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휴대폰은 숙소 등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카메라 사용 및 메모용으로 들고 온 것이었다. 그나마 길 찾는데 도움이 될만한 거라곤 나침반 애플리케이션 하나가 깔려 있는 상태였다. 딱히 준비할 것도 없거니와 출발지에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란, 아~주 안일한 생각이었으니. 그러나 ‘페티예 (Fethiye)’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얻은 거라곤 관광 책자와 리키안 웨이의 일부인 폐티예 구간이 나온 대략적인 관광지도 하나였다. 그렇게 대부분 리키안 웨이의 표식에 의존하며 길을 걸었고, 때로는 마을 주민이 그려준 종이 지도로 길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길을 나선 지 일주일 만에 드디어 리키안 웨이 정식 지도를 사면서 리키안 웨이의 전체적인 루트와 마을 사이의 거리 등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열악한 조건에서 길을 나아가니 나도 모르게 생존 스킬이 쌓이기도 했다. 첩첩산중을 걷고 있노라면 역시 나 ‘언제쯤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까?’하는 불확실성이 사람을 더욱 지치게 했는데, 그런 산길에서 똥알똥알 떨어진 염소똥을 발견하면 기운이 솟았다. 염소를 많이 키우는 이곳 사람들이었기에 염소똥은 곧 마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염소똥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나의 모습에 조금은 자괴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왠지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이 된 듯한 기분에 괜스레 예리한 척, 똑똑한 척을 해 보이기도 했다(물론 보여줄 사람은 없었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 리키안 웨이를 좀 더 다듬는다면 산티아고 순례길 이상의 트레킹 명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뭐 이것도 이미 10년 전 일이니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리키안 웨이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을 수 없는 걸 보면 그다지 발전이 없지 않나 싶다. 이 아름 다운 길을 널리널리 알리지 못하는 게 참으로 아쉬우면서도 너무 유명해지면 또 섭섭할 것만 같은 이중적인 마음이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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