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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퍼스타 Apr 20. 2023

프롤로그

2013 트레킹 Chap3. 안나푸르나 트레킹


 6개월의 배낭여행. 그 중심엔 네팔, ‘히말라야’가 있었다. 사실 별다른 계획이라고 할 것도 없는 나의 여행 일정은 그저 지구의 서西에서 동東으로 이동하는 단순하고도 실용적인 루트의 여행이었다. 어느 나라에서 얼마나 머무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각 나라에서 보고 싶은 단 하나만 완수하면 나머지는 그때그때 현지에서 조달하는 정보로 움직였을 뿐이다. 


 이렇게 널널한 계획에 단 한 가지 제약이 있었으니, 바로 우기가 끝나고 건기로 접어드는 10월 네팔에 입국하는 것이었다. 내 배낭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모든 계획의 구심점. 그게 바로 이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친구에 의해 정말 어쩌다 보니+자금상의 문제로 걷게 된 길이며, ‘리키안 웨이’ 역시 숙소 직원의 말에 의해 충동적으로 뛰어든 길이었다. 하지만 히말라야만큼은 오로지 나의 오랜 소망으로 걸은 길이라 할 수 있다. 


 히말라야는 배낭여행을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여행지였다. 평소 산을 좋아했고 누구나 그러하듯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운 히말라야에 대한 동경과 도전 의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무엇 때문에 히말라야를 그토록 가고 싶었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리고 히말라야를 다녀온 지금에는 다시 가고 싶은 명확한 이유가 생겼다. 어쨌든 내 여행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네팔에 도착했을 때 나는 정말이지…… “음…… 이게 맞나?” 싶었다. 


 면도도 못하고, 한껏 떡진 머리로 정신 없이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 후 비자 발급을 받아 나온 공항. 그렇게 펼쳐진 네팔의 첫 모습에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혼란스러우리만치 복잡한 풍경과 정비되지 않은 나의 몸상태는 내게 참기 힘든 스트레스를 안겼다. 그렇게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한시라도 빨리 ‘타멜(Thamel)’ 거리로 가기 위해 주차장에 가득한 차들을 돌며 요금을 물었다. 역시나 부르는 게 죄다 달랐고 나의 정신줄은 점점 한계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때 낡디 낡은 차에 짐을 싣는 아저씨와 손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아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는 짐을 싣는 일행 옆으로 슬 다가가 어디 가냐고 묻고는 합승을 제안했다. 그리고 합승이니 가격을 싸게 해 달라는 흥정까지! 나의 운명 직전이었던 정신줄이 힘을 발휘한 덕에 다행히 합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외관부터 불안했던 차는 역시나였으니. 신호에 걸려 정차할 때마다 꺼져버리는 시동에 뒤차의 경적 세례를 한껏 받으며 타멜 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한 타멜 거리 역시 혼돈이었다. 날리는 먼지에 눈이 따끔따끔했으며,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렇게 혼돈과 먼지를 뚫고 드디어 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들어선 숙소는 만석. 끝나지 않은 오늘의 지옥 같은 일정에 눈물을 머금고 나오는데 로비에 한국인 포스를 뿜뿜 뿜으며 앉아 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나도 모르게 같은 피의 힘에 이끌려 그에게 다가가 “혹시 한국 사람이세요?”하고 물으니 역시나! 나의 한국인 판독기는 오늘도 정확했으니. 그분 역시 같은 나라 사람인 나를 반기며 이런저런 정보와 함께 한국 음식을 잘하는 집까지 소개해 주었다.  


 정말 오랜만에(3개월여) 맛본 한국 음식의 힘에 오늘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녹아내렸다. 오랜만에 맛보는 제육볶음의 돼지고기 맛에 이슬람 문화권을 벗어나 아시아에 도착했음을 느낌과 동시에 된장국은 뭔가 알 수 없이 허전했던 나의 입맛을 채워줬다. 그렇게 나의 하루가 치유 받으며 끝나는가 싶었던 순간 급작스레 어두워진 세상. 날 선 긴장감에 치솟는 스트레스를 받는 나와는 달리,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정전에 모두 별일 아니란 듯 태연한 다른 이들. 실로 혼란스러운 카트만두에서의 첫날에 히말라야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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