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곰

마늘과 쑥을 먹자

by 수잔

전학생이 되었다.

새로운 집, 처음 만난 이웃, 새 학교가 생겼다. 엄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담임 선생님의 친절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선생님은 애들을 맨날 혼낸다. 시험을 봐서 공부를 못해도 혼내고 뛰어도 혼내고 늦게 와도 혼내고 빨리 와도 혼낸다. 교실을 항상 덥게 해서 우리가 땀이 줄줄 흘러도 무시하고 혼자서만 땀을 흘리지 않는 뱀 같다.

준범이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준범이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운 적도 있다. 1학년과 2학년 때는 학교 생활이 즐거웠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는 잔디가 잔뜩 깔려 있어서 축구도 하고 쉬는 시간에는 복도에서 게임도 많이 했다. 3학년이 되어 친한 친구들과 같은 반도 되어 모든 게 완벽했다.


갑자기 전학을 가야 한다고 들었을 때 싫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우리 형과 나는 싫어라고 해도 소용이 없을 때가 많아서 소리를 질러봤자 더 큰 소리가 날아올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싫었다. 엄마는 언변의 달인이자 큰 소리의 달인이다. 설득도 잘 하지만 설득이 안 먹힐 땐 소리로 날려버린다. 엄마는 당할 수가 없다. 새 학교에 가서도 다정한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도 금방 생겨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엄마의 말처럼 친구는 생기더라. 그런데 선생님은 다정하지 않다. 이름도 안다정이다. 정말 안다정이다.

선생님은 전학 온 나를 첫 번째 줄 제일 뒷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그 자리는 어쩐지 다정하지 않은 자리다.

새 책을 주셨지만 다른 설명은 아무것도 없다. 앞자리에 앉은 주희가 무엇이든지 가르쳐준다. 내 선생님은 김주희인가 보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갈 때 보면 주희 할머니가 마중을 나오신다. 나도 엄마가 마중을 나온다. 학교생활을 선생님보다 김주희가 더 잘 가르쳐준다고 엄마한테 말했더니 엄마가 작은 목소리로 주희는 할머니와 살아서 착한가 보다고 말했다. 그럼 나는 엄마와 살아서 안 착한 거냐고 말대꾸를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나는 큰 소리를 싫어하니까.


안개초등학교 3학년 22반으로 전학 온 지 한 달이 지나 보니 내가 가진 불만을 우리 반 25명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우리가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에도 떠드는 모양새를 절대로 싫어하기 때문에 조용히 하라는 말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때 방송을 보게 하는데 고조선에 관한 내용이었다. 곰과 호랑이 중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데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좀 웃기는 이야기였다.


6월이 중간쯤에 왔을 때 날씨가 30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날이었다. 선생님은 역시나 뱀 같아서 에어컨도 안 틀고 우리만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을 때였다. 내 이마에서 땀이 한 방울 주룩 떨어지던 순간, 창가 쪽에 앉아있던 준범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아 더워 죽겠네! 선생님은 이상해! 우리는 이렇게 더운데 선생님은 덥지도 않고, 에어컨 좀 틀어요!

책상을 주먹으로 콱콱 내리치며 선생님께 소리를 쳤다. 우리 모두 놀랐지만 선생님의 눈은 더 크게 놀랐다. 그리고 한순간 다시 가늘게 변했다. 그리고 다시 눈 끝이 치켜 올라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온몸에 갈색 털이 하나하나 나기 시작하더니 금세 온몸을 덮어버렸다. 선생님은 뱀이 아니라 곰이었다! 곰이 된 선생님은 온 교실을 뛰어다니며 우리를 구석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뛰었다. 책상과 의자는 부딪쳐 내동댕이 쳐지고 책과 공책은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우리 모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곰 선생님도 헉헉거리며 동작이 느려졌다. 곰이 아무리 빨라도 뛰는 건 어린이를 당할 수 없다. 창가 쪽으로 몰린 우리는 겨우 겨우 창가에 매달렸다. 곰 선생님도 힘이 빠졌는지 턱이 높은 창가는 올라오지 못했다. 뱀이 아니길 다행이다. 목숨만을 겨우 건진 아이들이 훌쩍훌쩍 서럽게 울었다. 우는 소리 가운데 할머니 손에 자란 주희의 말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곰은 마늘과 쑥을 먹으면 다시 사람이 된다고 했잖아. 어떻게든 다시 선생님을 사람으로 만들어야 돼. 그만 울고 우리 정신 차리자. 어쩌면 마늘하고 쑥을 먹이면 곰이 선생님으로 돌아올지 몰라. 아이들은 어딘가 이상한 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말하면 이상하긴 한데 듣게 되는 것처럼.


주희는 리모컨과 가깝게 있던 형석이에게 텔레비전을 켜서 곰의 주의를 돌리라고 말했다. 형석이는 주희가 시키는 대로 텔레비전을 켰다. 주희 말대로 곰은 텔레비전 소리가 나는 곳으로 어슬렁거리며 발길을 옮겼다. 곰 선생님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고조선 이야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틈에 주희는 내 손을 잡고 훌쩍 바닥으로 뛰어내려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곰 선생님이 눈치채기 전에 뒷문을 닫았다. 주희는 식당으로 가서 마늘과 쑥을 찾아보자고 했다. 무엇인가 한구석이 정말 이상하게 들렸지만 한구석을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에 주희가 말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지하 식당으로 내려간 나와 주희는 마늘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쑥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고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을 최대한 살려 비슷한 채소를 찾아서 그릇에 담았다.

우리는 마늘과 채소를 가지고 3층 3학년 22반 교실로 뛰어갔다. 다행히 곰 선생님은 텔레비전에 정신이 팔려 우리가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우리는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아주 조용히 교실로 들어갔다. 엄지발가락에 힘을 꽉 주며 다시 창가로 올라가 가져온 마늘과 채소를 곰에게 던져 주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곰 선생님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곰 선생님은 마늘과 채소를 쩝쩝거리며 먹었다. 이상했다. 곰 선생님의 표정이 맛있는 걸 먹을 때 짓는 표정이 아니라 마치 사람이 되려고 맵고 맛이 없는 마늘과 채소를 먹고 또 먹었던 고조선 이야기 속 곰 같았기 때문이다. 눈에 눈물도 고인 것 같았다.

곰 선생님의 피부에서 갈색 털이 사라지고 코는 사람의 코처럼 짧아졌다. 곰 선생님은 서서히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 창가에서 내려와 교실을 정리하고 선생님이 깨어날 때까지 자기 자리에 앉아있기로 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선생님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선생님 이름은 안다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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