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워 목이 불편한 베개 위에 뒤통수를 문댔다.
내가 나를 어떻게 못하겠다고 답답한 생각을 하던 기호는 술자리에서 막 돌아온
주희의 소리를 순서대로 들었다.
1층에서 2층 계단을 걸어 올라와 현관문을 열고 중문을 열고 안방에 들어와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들어가 버린 주희의 소리에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
샤워기의 물줄기가 주희를 깨끗하게 하는 모습을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샤워 후 안방으로 들어온 주희가 침대 위로 떨어진다.
주희의 짧은 머리카락이 그대로 젖어있다.
술에 취해 평소보다 굵은 숨소리를 내는 주희를 고개만 돌려 쳐다보았다.
결혼이란, 결혼이란, 결혼이란.
36개월이 넘어가는 결혼생활에 기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런 질문이 수시로 떠오른다.
주희의 다리가 기호의 허벅지에 퍽- 소리를 내며 올라왔다. 곧이어 주희의 팔의 반이 기호의
명치를 눌렀다. 기호는 평소보다 무거워진 주희의 팔과 다리가 서서히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주희는 아무 걱정 없이 죽은 사람처럼 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