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입으로부터
불행해 보이는 것들과 행복해 보이는 것들이 번갈아 나타났다 사라졌다.
회전하는 선풍기 바람이 등을 스칠 때는 몹시 시원한 것 같았고 곧 다른 곳을 향할 때는
몹시 더운 것 같은 기분과 비슷했다.
불행한 것을 모르고는 행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슬픔이 없다면 기쁨에 감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성취는 고생이 지난 후에 더 짜릿했다.
이렇도록 붙어 다니는 까닭이 무엇일까.
기침 소리가 방안 가득 울릴 만큼 컸다.
수잔의 짜증은 큰 소리와도 관계가 있었다. 그는 무심했다. 무심하게 기침을 하고, 무심하게 설거지를 했다.
서랍을 여닫을 때 쾅 소리가 날 땐 그가 화가 난 것이 아닐까 눈치를 보게 되곤 했다.
이제야, 큰 소리가 정말 싫다고 말을 꺼내기엔 애매하다고 생각한 수잔은 불행한 자기 귀에게 미안했다.
입이 말할 수 있었다면 귀는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내 어깨 뒤로 지켜보던 그가 물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나를 탓하고 싶은 거야?
그가 물었다.
몰라. 모르니까 써보는 거야.
입이, 진실과 진심을 솔직하게 말했다면, 귀는 고향집에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바스락 거리며 곡식이 흔들거리는 소리 같은 자극적이지 않은 소리를 들으며 안식했을까?
그는, 스스로 자신을 중간에 끼어있는 자라고 고백했다.
수잔의 입이 결코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것처럼, 그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위치를 바위틈으로
결정한 것이다.
스스로 파놓은 무덤 앞에서 아무리 통곡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
던저지는 흙에 숨이 막힌다 할지라도.
수잔이 입을 움직여 항변했다면, 그가 수잔이 큰 소리를 지독히 싫어한다는 사실에
귀 기울였다면 불행이 없더라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코가 아프도록 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