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성 마녀
수잔에게 불행은 이런 모습이었다.
명치에서부터 느껴지는 불안의 그림자가 너울거리기 시작하면 곧 얼굴로 번져
미간을 주름지게 했고,
튀어나온 입을 통해 만들어지는 팔자주름과 힘을 준 두 눈이 수잔을 나이 들어 보이게 했다.
불행은 수잔을 자기 나이보다 늙어 보이게 하는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존재였다.
불행은 시소 같기도 했다.
한 사람이 행복하면 한 사람이 불행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행복을 기대하며 시작한 놀이는 내려오지도 못할 시소에 앉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으니,
상대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될 줄이야.
비극이 수잔을 집요하게 찾아낼 때면 수잔은 곧 나이가 들었다.
비극은 해마다 모양을 다양하게 바꿔 수잔을 찾아냈지만,
그 가운데서도, 죽음도 피해 갈 것 같은 높은 성에 사는 마녀는 극성맞게도
수잔을 괴롭혔다.
아쉽게도 그-는 불필요했다.
동화 속 마녀와는 너무도 다른 높은 성 마녀는 눈물로 그를 홀리고,
고함으로 그를 복종시켰다.
수잔, 나는 마녀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한 때는 그녀도 불쌍한 여자였어.
그가 말했다.
수잔은 입술을 들썩였다. 차라리 마녀가 무섭다고 말해. 얼간이.
불행의 시소는 수잔의 엉덩이가 얼얼할 때까지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행복은 그의 차지가 되었다.
수잔은 돌덩이처럼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고 높은 성 앞에 다다라
커다란 문의 벨을 눌렀다.
마녀는 차갑고, 거대했다. 비열했다. 잔인했다.
온몸과 마음이 상한 수잔의 영혼이 깊은 불행을 안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얼굴에서 옅은 젊음을 보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