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소리

by 수잔

첫 번째 소리가 수잔의 방, 창으로부터 들려왔다.

흔들거리는 옛날 자전거에서 울리는 따르릉 소리와 비슷한 목소리로,

스스로 여든일곱이라고 밝힌 할머니의 말이 수잔의 귀에 꽂혔다.

할머니는 자신이 끝까지 남은 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간증했다.

속죄하는 것도 같았다.

수잔은 생각했다.

엄마가 없고, 아빠가 없고, 오빠가 없고, 배우자, 친구, 각자의 순서에 따라

생을 마감하고 혼자 남은 자신을, 생각해 보았다.

수잔은 누구와 가장 가까웠을까? 누가 수잔의 기억 속에 가장 중요한

존재로 남을 것인가.

이러한 의문과 사실이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을까?

부모를 가장 우선했거나 배우자, 혹은 자녀, 친구를, 얼마나 뜨겁게 좋아했건 간에

수잔이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 되었을 때.

그들의 이름은 수잔에게 있어 <모두>가 되어

기억될 것이다.

현재 수잔에게 있어 누가 중요하던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나>라는 자아를 가진 이상, 지구의 중심성엔 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몸은 나를 그렇게 설득하고 조종하여 승리한다.

수잔이 이토록, 혹시나 혼자 남게 될 자신의 처지에 몰두하여 슬픔에 빠져들 때,

두 번째 소리가 들려왔다.

쭈웃쭈웃, 혹은 쨋쨋, 혹은 삐약거리는 것도 같은 소리였다.

귀의 성능을 최대한 올려 소리가 나는 방향에 집중했다.

정적이 잠시 지나가고 다시 한번, 정체불명의 소리에 수잔은 몸을 돌렸다.

며칠 전 선물로 받은 꽃을 화병에 꽂아 둔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왜……? 그럴 리가 없잖아.

꽃은 분홍과 주황이 잔잔히 섞인 조용한 튤립 다섯 송이를 중심으로

작은 얼굴의 노란 꽃송이들이 들러리를 섰고 배경 역할을 하는 녹색의 나뭇잎들이

들쭉날쭉 거리며 서있었다.

꽃병에 꽂힌 꽃들에서 새나 쥐, 병아리가 내는 소리가 날 리 없었다.

꽃과 새라니.

꽃과 새?

나쁘지 않았다.

수잔은 지구의 중심축임으로, 수잔이 나쁘지 않다고 하면 그럴 수 도 있는 것이다.

화병에서 시간차를 두고 쨋쨋거리는 소리가 반복하여 들릴 때마다 수잔은 고개를 돌려 화병 쪽을 응시했다.

심각한 얼굴이 더욱 심각해져 화병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제 화병 안에서 물에 젖은 쨋쨋새가 나올 차례가 되었다.

지구의 중심축인 수잔이 기다리니,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슬픔과 상상의 이야기에 막을 내리듯 세 번째 소리가 들렸다.

드르르륵.

미닫이 문이 열렸다.

그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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