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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하서 김인후1

-장성 필암서원

by 정영의


애기 주먹 만한 풋감이

풀빛 물감처럼 뒹굴고

내 키만큼 큰 참깨의

여윈 잎에 알은 여물고


샛별 위로 깜빡깜빡

비행기가 눈짓하는데

어스름 비 내리는 날

어둑한 경내에 뵈는 건


곁에 동무를 두지 않는

고(孤)독(毒)한 소나무뿐

동무라도 하나 있으면

차 한 잔을 나눌 텐데


문 굳게 닫힌 서원에서

호롱불 하나 밝혀두고

번을 서는 신참 선비가

오늘의 서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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