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평범한 삶의 터전이
누군가에겐 무릉도원이다
물도 좋고 바람도 좋고
풀 내음 좋고 햇살 좋은 길
“서리 맞아 다 죽었네”
“아니야, 우린 안 죽었어”
노란나비 떼로 넘나드는
꽃단장한 백일홍 꽃물결
고목의 얼굴을 다 못 담는
깨진 거울 같은 물결 위에
물오리 보트가 넘나들고
비행기는 가을을 가른다.
수변 쉼터에 벗과 마주 앉아
둘둘 말아 지갑에 챙긴 건
다음 주까지의 일용할 양식
책임지지 않는 막말 수다
먼지 묻어 뒹구는 사탕처럼
아쉬운 추억을 탈탈 털으면
둘레길을 달리는 철망 속을
다람쥐가 남몰래 달리고 있다